히포크라테스가 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가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정해진 가문의 숙명에서 시작한다. 그가 고대 그리스의 코스(Kos) 섬에서 태어났을 때, 그의 집안은 이미 대대로 의술을 이어온 명망 높은 가문이었다. 그의 조부와 부친이 모두 의사였고, 어머니는 산파였으니, 의사가 되는 길은 그에게 선택이 아닌 숙명과도 같았다.
이 가문이 가진 의술의 뿌리는 신화적 권위에 닿아 있었다. 히포크라테스 가문은 스스로를 '아스클레피아데(Asclepiadae)', 즉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Asclepius)의 후손'이라 불렀다. 죽은 자까지 살릴 정도로 뛰어났다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전설은 그들의 의술에 신성한 정통성을 부여했다. 그의 할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 1세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이름은 이 신성한 가업을 책임져야 하는 무거운 짐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단순한 가업 계승자를 넘어 '의학의 아버지'가 된 것은, 당시 의술을 지배하던 미신과 단호하게 결별하고 합리적 탐구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 당시 사람들은 질병을 신이 내린 벌이나 악령의 장난으로 여겼고, 아스클레피에이온(신전)에서 치유를 구했다. 히포크라테스는 이 초자연적인 해석 대신, 모든 질병에는 자연적이고 설명 가능한 원인이 있다는 합리적인 문제의식을 품었다. 그는 환자를 철저하게 관찰하고, 증상과 환경을 체계적으로 기록하며, 의술을 종교와 철학으로부터 분리하여 하나의 독립된 과학으로 정립하는 혁명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는 의술을 과학으로 확립했을 뿐 아니라, 의사의 윤리에 대한 확고한 신념도 남겼다. 이 윤리적 맹세가 바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히포크라테스 선서(Hippocratic Oath)'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정확히 기원전 5세기경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히포크라테스가 이 선서문의 모든 내용을 직접 작성했는지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뉜다. 하지만 이 선서는 히포크라테스 가문이 다른 집안의 의사 지망생을 제자로 받아들일 때 요구했던 일종의 졸업 맹세였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선서의 내용은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Primum non nocere), 비밀을 지키며, 엄격한 직업 윤리를 준수하겠다는 등 히포크라테스가 확립한 인도주의적 의사의 원칙을 가장 잘 대변하는 문서로 인정받는다. 즉, 선서는 히포크라테스 정신의 상징적인 결정체이다.
오늘날 의사들이 졸업식이나 의료 현장에 첫발을 디딜 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 것은, 이 선서가 서양 의학 윤리의 기둥이기 때문이다. 선서의 정신은 2,50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현대적 가치에 맞게 수정되었지만(제네바 선언 등), 의사가 인류에 봉사하고,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하며, 직업적 명예를 지킨다는 핵심 가치는 변치 않고 계승되고 있다. 의사들은 이 선서를 통해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과 윤리적 의무를 다시 한번 엄숙하게 다짐한다.쩜.쩜.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