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일이 마음대로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자기 여동생한테 사기를 치려고 했던 외삼촌의 계획은 저 때문에 다 물 건너갔습니다. 건축사 3명이 달려들어도 뽑아내지 못하던 도면을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다 그렸고, 저 3명의 허가방들은 돈을 받아갔어요.
그리고 건축허가를 내는 공무원이나 교수들도 전부 정신이 나간 인간들인 건지 지으면 하자 투성이가 될 건물에 건축허가를 줬더군요.
이 작은 집을 짓는데...... 기술적으로 도움을 준 사람들만 간략하게 요약하면......
Calm(가명)의 모교 건축학과 교수 1명
외국인 건축사 4명
해외 1군 건설사 협조
타국 공관 협조
대한민국 건축사 2명
화학공학과 교수 2명
저는 건축물 설계를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부모님과 같이 거주할 집이기 때문에 건축물의 축열에 대한 건전성이나 안전성에 대한 부분은 아무래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날건달 백수인줄 알았던 사기꾼 건축사 3명은 우리 가족한테 소리나 지르고 목소리만 높이면 이기는 줄 알고 계속 압박을 하다가, 누구한테 정말 부탁을 안 하고 살겠다고 다짐했는데, 있는 사람 없는 사람 다 동원해서 도면을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고치다가 수습이 안되어서 도면을 새로 그렸어요.
우선 우리 집의 콘셉트를 제 모교의 교수님께서 이렇게 정의해 주셨어요.
에너지 절약과 건강에 비중을 둔 아주 보수적으로 단순하게 설계된 집
제가 몸이 그렇게 튼튼하지 못하고, 부모님도 나이가 점점 들어가시기 때문에 저 방향성을 가지고 설계를 진행했고, 조금은 대한민국에서 보기는 힘든 집이 완성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공도 구조가 단순해서 난도가 높은 것도 아니지만, 단지 반복작업이 많이 필요해서 조금은 시공자 입장에서는 귀찮을 수는 있겠으나, 비용지불을 그만큼 하고 시방서대로 지어달라고 계속 체크를 해야겠지요.
마지막 수정을 거치면서 너무 힘들기도 하고, 인간적인 자괴감 때문에 저는 정말 눈물이 흐를 줄 알았는데, 너무 화가 나고 슬프니까 눈물이 나는 게 아니라, 가슴이 조여오더군요.
시공사에서도 저에게 너무 수고 많이 했다고 격려문자를 줄 정도니까요.
저도 용역을 받고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지만, 인간관계에서는 유연하지 못해도, 내 일에 대해서는 원칙만 지킨다면 최대한 유연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저랑 제일 친한 선배형님의 조언 덕분에 더 쉽게 견뎌냈고, 앞으로도 그렇게 버텨낼 작정입니다.
아파트 생활이 싫은 저는 만약에 이사를 또 가게 된다면, 집을 다시 짓게 되겠지요.
그때는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15년 전의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오르게 하는 가족과의 싸움은 정말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느꼈고, 이제는 마음을 내려놓고, 제가 해야 할 일과 더불어 제가 원하는 일들을 조금씩 완료해 볼 작정입니다.
부디 앞으로 편안하고 즐거운 날이 펼쳐지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