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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

by 손진일

자라면서 또 성인이 되어가면서 내게 영향을 많이 끼쳤던 위인들을 생각해 보았다. 어렸을 때는 단연 에디슨이었고 이순신장군 해상왕 장보고와 대군을 이끌고 티베트 산을 넘어 아라비아를 점령한 고선지와 흑치상지 같은 장군 그리고 신라의 천재 문인 최치원이었다. 점차 인물은 확대되어 퀴리부인 노벨 그리고 로켓의 창시자격인 미국의 고다드박사가 떠오른다. 주로 과학자 중심이었거나 아니면 무언가 혁신을 주도하는 리더였던 사람들이다. 물론 개중에는 칭기즈칸도 있지만 그 양반의 진면목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나이가 중년이 넘어서 내게 드러났고 새로운 관점으로 그 영웅을 보게 되었다. 아무튼 연령이 들어갈수록 장르가 다양해지면서 소설가 이효석 현진건작가를 비롯해서 헤르만 헤세 같은 문인과 베토벤 사라사테 등 내 취향에 맞는 음악가와 고갱 샤갈 등 미술가로 이어졌다. 특히 헤세의 지와 사랑은 고교시절에 충격적 이리만큼 큰 감동을 주었던 기억이 새롭다.

거시기하지만 고교시절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괴인 히틀러가 쓴 나의 투쟁이라는 자서전에 심취했었고 이후에 공산주의 이론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유신독재에 맞서는 학생데모에서 목소리가 유난히 큰 장점이 어필되어 데모에서 선언문 낭독을 했던 얼치기 모습이 떠오른다. 한편으로는 흥사단에서 대학시절을 열정적으로 보내기도 했다. 당시 안병옥교수님의 강의에 매료된 청년들이 명동 회관에 매주 모여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었고 애국 애족의 기본기를 닦았던 셈이다. 매판자본론을 이해하기 위해 선배들의 지도를 받으며 잡지 사상계를 탐독했는데 당시에 이런 성향은 나만의 특별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젊은이들에게 평범한 일상이었다. 낭만의 대학시절에 특별히 재미있는 거리도 없었고 그저 졸업하면 세상에서 맘껏 일하며 술 마시는 자유와 그것을 위한 재정확보가 유일한 꿈이었다. 그러한 시대에 내게 사상적으로 큰 영향을 준 인물은 몽테뉴였다. 거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특히 적을 만들지 말라는 어구를 평생 뇌까렸던 까닭은 그러한 인품은 나로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속성이기 때문이었다.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이끌려 행동하다 보니 도처에 우군보다 적이 더 많았다. 지나친 경쟁심리로 인하여 새로운 적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런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글귀가 참 재미있는 표현이라 여태껏 생각이 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와그너가 정리한 우정이라는 개념이다. 그는 우정이란 서로 자신이 상대방보다 낫다고 여길 때 생긴다는 것이다. 참으로 깊은 통찰력을 맛볼 수 있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도 끊임없는 과제였다. 괴테는 죽어가면서 내게 빛을 달라는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왜 그랬을까? 거듭 질문을 해도 알 수 없었던 말이다.


나도 잘 사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겉으로는 잘난척해도 내면은 다르다.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은 온유한 성품과 담대한 믿음을 지닌 사람이다. 더하여 차분하고 여유가 있는 마음을 가진 자다. 반면 평범한 사람은 꿈도 못 꾸는 권력과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북한의 김 씨는 하나도 부럽지 않다. 신앙을 가진 우리가 보기에 그는 사실상 처량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떠나는 순간 그러한 사람은 세상의 영예와 상관없이 바로 음부로 떨어지기에 불쌍한 것이다.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부와 권력 그리고 즐기는 쾌락은 참으로 짧다. 너무 짧지 않은가. 그러한 사실을 깨닫게 한 성경에서 얻은 은혜가 내게는 로또 당첨의 억만 배 이상이다.


수년 전에 나는 매우 감동적인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마음의 깊은 울림을 느꼈던 적이 있다.

카네기 멜론대학의 탁월한 컴퓨터공학 교수 랜디 포쉬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 어린 딸들이 나중에 커서 볼 수 있도록 만든 동영상이었다. The Last Lecture의 동영상을 찍으면서 그는 비록 병들고 쇠약한 몸이지만 전혀 나약하거나 불행한 모습이 아니었다. 몇 달 후면 떠나는 사람이 오히려 당당했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은 아예 찾아볼 수도 없을 만큼 씩씩하게 푸시업도 하며 즐겁게 진행하던 그의 모습이 잔잔하게 떠오른다. 그러한 사람들의 삶이야말로 진정 부럽게 여겨진다.


가진 것은 누려야 그 가치가 빛이 난다.


많이 소유해도 쓰이지 않고 장부상의 숫자로만 존재하다가 끝난다면 참 슬픈 일일 것이다. 또한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삶은 팍팍하고 여유가 없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며 그 근간은 두려움에 있다. 두려움은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채우고 또 채우라고 노역을 강요한다. 그리고 그 두려움의 체급은 우리가 소유한 것들이 늘어나면 날수록 높아진다. 밴텀급에서 라이트 미들 헤비급으로 점차 커진다. 마실수록 갈증이 더욱 심해지는 탐욕의 소금물을 들이켜게 하며 종국에는 사람의 정신을 파괴하는 두려움이야말로 가장 악한 세력이라고 볼 수 있다.


Which of you by worrying can add one cubit to his stature?(마태 6장 27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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