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이 부족하다. 언제나 한계까지, 의도적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싶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는 날은 단 하루도 없다. 무엇이 원인일까?
"친구랑 노느라 시간을 써서 그래."
"내가 의지가 약해서 그래."
"유튜브를 너무 많이 봐서 그래."
이유를 대라면 정말 수만가지 이유를 댈 수 있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수많은 노력을 했고 그 결과 정상의 위치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도 성공하고 싶다면 수많은 노력을 해야한다. 하지만...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다.
생각대로. 무슨 생각을 말하는가? 최대한의 노력을 말하자면, 내가 하루 중 투자할 수 있는 모든 시간을 노력에 쓰는 경우를 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실제로 이런 생활을 해야 한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분명 거짓된 이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거짓된 이상은 어떻게 자리잡았는가? 무엇이 우리에게 거짓을 심었는가?
노력우상주의 사회, 개인이 모든 책임을 지는 곳
저자는 우리의 사회, "노력우상주의 사회"가 거짓을 심은 존재라고 말한다. 노력을 우상시하는 사회 속에서 모든 실패는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력 신드롬은 허구이자 환상이다. 노력을 많이 한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노력을 적게 한다고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노력은 수많은 조건 중 하나일 뿐이다. --- 6쪽, 프롤로그 중에서
이러한 사고 방식은 동양권 중심으로 나타난다. 서구권에서는 사람의 고유한 성격은 바꿀 수 없으므로 재능에 따라 갈린다고 보아서 문제가 생기면 사회에 책임을 묻는다. 그러나 동양권은 노력의 힘을 믿고 있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은'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다. 결과적으로 더 건전한 사회구조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노력을 믿지 않는 서구권이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최근 흉기 살인사건에 대한 색다른 해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흉기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필자는 뉴스와 주변 사람들처럼 "무슨 생각을 했기에 저런 짓을 한대?"라면서 살인범을 비난했다. 이후 전국적으로 퍼지는 흉기 살인에 대해서도 "세상이 미친 사람이 많구나!"라면서 한탄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개인의 문제일까? 분명 건전한 사회라면 이러한 살인 사건이 하나의 사고로 끝났겠지만, 그것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 사회에 무언가 불안요소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분명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넘기는, 노력우상주의도 그 불안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빈약한 정보, 의도적 검열
하지만 정말 노력지상주의가 잘못된 것일까? 저자는 재능과 노력이 어떤 관계를 맺는지 두 가지로 설명한다. 하나는 연관성. 재능과 노력은 분리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와 같다. 따라서 재능이 있는 사람이 더 흥미를 느끼고 노력을 하는 것이지, 재능이 없어도 노력을 해나간다는 것은 인내심, 성실성이라는 재능을 잘못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두번째는 상호연관성으로, 같은 노력이어도 재능이 있는 사람에게 노력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
이러한 주장들은 얼핏 보면 일리 있는 주장들이다. 하지만 저자가 본 책에서 이를 입증하기 위해 든 자료들은 이런 주장들을 증명하기에 설명이 부족하다.
대표적으로 상호연관성을 입증하는 그래프를 예로 들 수 있다. 재능 없는 사람이 노력하면 2점에서 4점으로, 재능 있는 사람이 노력하면 4점에서 8점으로 오른다 - 정말 무슨 소리인지. 점수가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는지, 표본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이 써놓은 자료였다. 필자는 이런 부족한 설명에서 자료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이러한 불편한 점은 후반부에 나오는 국가별 재능과 노력의 관계에 대한 입장을 나타낸 그래프에서도 동일하다. 한국이 노력의 힘을 강조하는 것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초반부에 "동양권"이라고 표현하였음에도 일본은 오히려 재능과 노력의 힘을 약하게 보는 것으로 나타나고, 의외로 한국과 같이 노력의 힘을 강조한 국가들에 동양권 국가들만 모여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본문에서는 한국에 대한 부분만 집어서 의도적으로 다른 동양권 국가들을 검열하여 글을 작성하였다.
결론
결과적으로 이 책은 데이터적으로 그렇게 좋은 책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예스24에서 이 책의 카테고리를 보면 자기계발서 이외에도 인문/교양 혹은 에세이로 적혀있다. 그만큼 감성적인 영역을 자극하는 데에 목적을 둔 책이지, <그릿> 같은 책처럼 증거 자료들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자기계발서는 아니었다.
하지만 비록 데이터가 부족함에도 노력이 모든 해결법이 될 수 없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필자를 자극하는 데에 충분했다. 그만큼 노력을 맹신하는 데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부족한 것이 노력 때문이라고 말하기에는 하고 싶은게 우리는 너무 많지 않은가.
열심히 사는 것.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그 '열심히'의 기준이 너무 높으면 상처입는 것은 자신이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더 크게 다치듯, 우리가 노력하지 못 하는 것을 순수한 의지의 영역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실패했을 때 자신에게 너무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재능, 혹은 그 외의 환경적 영향이 관여함을 인지하자.우리가 날 수 있게 하는 날개는 되지 못해도, 적어도 등을 받쳐주는 받침대 정도는 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