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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치유 Mar 17. 2024

[파묘] 결말 해석 : 나 쫄본데 재밌네?

영화 [파묘]를 본 후의 감상평


 한창 인기를 끄는 영화 [파묘]를 보았다.


 사실 나는 쫄보다. 그래서 영화관에 무서운 영화를 보러간 적이 없다. 그럼에도 이번엔 가족이랑 같이 가면서 한 번 영화를 관람하게 되었다.

최민식은 풍수사 김선생으로 결말까지 그 임팩트를 여실히 드러냈다.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직접적으로 이해가 잘 되어서 놀랐다. 사실 오컬트란 '정체불명'의 무언가에 대한 공포가 중요한 만큼 결말에 가서도 밝혀지지 않는 내용이 있어서 찝찝할 줄 알았다. 그렇지만 영화에 중심 등장인물이 4명 밖에 안 되어서 스토리를 이해하기 편했다(사실상 주연 2명, 조연 2명이라 더 간단하다). 거기에 더해 소재도 우리가 흔히 아는 음양오행, 그리고 '일본군이 한국의 지맥을 끊었다'는 설화여서 더 내용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김고은의 무당 역할. <도깨비>의 앳된 느낌은 사라졌지만 연기력은 더욱 짙어져서 보는 맛이 났다.

 무서운 느낌은 의외로 적었다. 더 정확히는, '놀람'의 고점이 적었다. 공포 영화 특유의, 갑자기 비명 소리와 함께 귀신이 등장하는 장면처럼 엄청 '놀래키는' 장면은 영화에서 한 두 장면 정도였던 것 같다. 가장 놀란 것도 영화의 초반부에 뱀을 죽이니 여자의 얼굴로 귀곡성을 질렀던 장면이었지, 중후반부에는 긴장감은 돌아도 놀래키는 장면은 없었다.


일본에 누레온나라는 요괴가 있다는데, 어쩌면 거기에서 따온 것 같다. 위는 누레온나의 사진(출처 : 나무위키)

 주제에 대해서도 직관적인 느낌이었다. 영화 내에서 주인공 4인방 vs 일본 장군 귀신으로 구도를 잡은 만큼 장군 귀신을 처리하면서 일제의 억압에 대한 저항이라는 주제가 확실히 드러난 느낌이었다. 물론 더 깊게 파고들면, 시작부터 '왜인지 모르게 엄청 부자'인 집에 생긴 이상이 알고 보니 '친일파 조상' 때문이었으니, 친일파가 해외든 국내든 아직까지 잘 먹고 사는 점에 대한 비판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오컬트라는 소재에서 이런 주제를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쉽지 않은데, 그걸 성공했다는 점에서 뛰어난 감독의 역량이 느껴졌다.


 물론 결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크게 두 가지가 떠오르는데, 하나는 여자 얼굴의 뱀을 억지로 넣었다는 느낌. 두번째 관(장군의 묘)를 지키는 존재라면 큰 의미를 가지겠지만, 삽질 한 번에 죽는 모습을 보면 최민식이 묫자리에 다시 가도록 만드는 단순 연출 도구로만 쓰인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다. 영화 내에서 솔직히 10초밖에 안 나왔어도 그 임팩트가 어마무시했던지라...


 또다른 결함은 무당의 제자에 빙의된 존재가 장군인지 장군의 부하인지 모르겠다는 점. 장군 귀신이 은어를 먹을 때 쩝쩝거리는 걸 보면 장군이 빙의한게 맞는데, 그 전에 '장군! 앞으로 가십시오. 적을 물리치십시오'같은 말을 하는 걸 보면 장군의 부하같은 다른 존재가 또 있는 듯 싶었지만... 정작 그에 대한 묘사나 설명이 아무 것도 없었다는 점이 의아하다. 부하가 없고 모두 장군이라면 장군의 장군(그때로 따지면 영주?)에 대한 언급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무당 앞에서 웅장하게 위협하던 때의 말투와 너무 다른 말투라서...


 그럼에도 이런 류의 영화를 하나도 보지 못한 나도 이해가 될 정도로 어렵지 않은 영화였고, 결말도 해피 엔딩으로 나름 잘 끝난 것 같아서 오랫만에 즐겁게 보았다. 작년 서울의 봄 vs 노량에 비하면 파묘는 틈새 시장에서 관객이 늘어난 점도 있겠지만, 적어도 영화 내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없는 깔끔함이 돋보여서 명성이 헛되지는 않았다 느낀다.


개인적인 평점 : ★★★★★

 스토리적으로도, 소재와 주제 의식도 명확하게 다가오며 해석도 여러 방향으로 할 수 있는 재미가 있어서 어느 정도의 흥미만 있으면 호불호 없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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