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경관을 보기에 가장 좋은 곳이 있다. 바로 홍콩섬 정상인 피크다. 그렇지만 피크에서 보는 경관을 즐기기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번잡하다.
그런 점에서 드래곤스 백(Dragon's back)은 홍콩의 경관을 가장 잘 즐기기 좋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홍콩섬의 산 남쪽 정상부근을 쭉 걷는 길인데, 높지 않은 고개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 용(Dragon)의 등(back)을 밟는 것과 같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사실 용의 등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과 달리 코스는 굉장히 난이도가 쉬운 편이라 솔직히 학생도 충분히 걷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지인에게도 외국인에게도 한 번씩 가볼 만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버스를 타고 To Tei wan이라는 정류장에서 내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정류장을 내리자마자 드래곤스 백으로 향하는 표지판이 있고, 표지판을 따라가면 약 20분 정도의 등산이 시작된다. 길이 그렇게 험하지는 않아서 집 뒤편의 동산이라도 한 번 올라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갈 수 있을 정도니까 마음 편하게 가지고 가면 된다.
오르는 길이 끝나면 그다음에는 쭉 평지나 다름없는, 경사가 거의 없는 길이 쭉 이어져있다. 이제는 그냥 걸으면서 천천히 좌우를 보면서 분위기를 즐기면 된다. 홍콩에서 자라는 한국과 다른 나무들과 꽃이 신비롭고, 바다 위 섬의 고개를 넘나드는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며 보는 경관은 정말 아름답다.
특히 좋은 점은 360도가 전부 경관이라는 점. 한국의 산에서 어지간하면 이렇게 조금만 올라가서 전체를 보는 풍경을 감상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 드래곤스 백에서는 가능하다. 특히 넓게 펼쳐진 바다가 보이는 풍경은 한국의 그 어떤 산에서도 쉽게 관람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대로 걷다 보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가는 길과 오른쪽으로 가는 길. 왼쪽은 홍콩섬 북쪽으로 바로 내려가는 길로, 이쪽으로 내려가면 거의 2시간도 안 되어서 등산을 끝낼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오른쪽은? 홍콩섬 남쪽으로 향하는 길이라 내려간 뒤 다시 올라가면 홍콩섬 동쪽 끝으로 나오기 때문에 4시간 정도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홍콩에 남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오늘은 더 오랫동안 홍콩을 즐기고 싶었고, 오른쪽 길을 선택했다.
내려가니 숲 중심으로 들어가 빽빽한 나무 사이를 걸었다. 하지만 더 내려갈수록 민가가 보이고, 쭉 내려가니 조그맣지만 집들이 꽤 많이 있는 마을이 나왔다. 해변가 쪽으로 가니 곶과 곶 사이의 작은 만이 있었는데, 파도가 심상치 않게 거품을 일으키며 다가왔다.
해변가의 표지판에 적혀있는 설명을 보니 이곳은 홍콩에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오는 곳으로, 파도가 세게 치지만 그 폭이 넓지 않아서 나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오는 길에 주차장이 있었는데, 조그만 마을 치고는 꽤 컸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게가 문을 열지 않아서 그냥 가만히 앉아있다가 해변의 동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계단이 있어서 미끄러질 걱정이 없겠다 해서 좋아했는데, 그 계단 수가 장난 아니게 많을 줄은 몰랐다. 솔직히 아파트 20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그 모든 길을 돌파하고 내려오니 뿌듯한 마음. 산속에 있다가 다시 홍콩의 마을을 보니 무언가 기분이 새로워서 사진도 한 장 찍었다.
참고로 드래곤스 백은 코스 자체는 버스 정류장이 있어 짧지만, 산이 워낙 홍콩섬 전체를 아우르는 만큼 거대하기 때문에 안에 별의별 동물이 다 있다. 오늘 여정을 돌면서 난생 처음으로 들개도 보고 - 일반 가정용 개라기에는 갈비뼈가 살짝 보일 정도로 앙상했다 - 여우도 보고, 내려오는 길에는 위 사진처럼 펜스로 막혀있어서 다행이지 멧돼지 가족이 지나가는 것도 보았다. 그러니 만약을 대비해 나처럼 너무 어두워질 때 가지 않기를(3시-7시까지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