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군과 F군 둘과 함께 자주 어울려 다녔는데, 오늘은 S군이 자기 집 주변에서 스트릿 푸드를 먹을 수 있다고 나를 꼬드겼다. 다만 저녁에만 여니까 식사 대신으로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전에 간 위엔 롱(Yuen long)애서 두 정거장 떨어진 틴수이와이(Tin Shui wai) 정거장에서 모였다. S군의 집 주변이라고 해서 더 궁금했는데, 전철에서 올라오니 보이는 풍경은 의외로 상가 하나 없는 아파트 단지였다.
사실 홍콩섬이나 침사추이 부근 어떤 역을 가도 이렇게 주거의 목적으로만 존재하는 곳을 찾기는 힘들었는데, 순수하게 아파트 단지로만 주변이 꽉 차있어서 평소 가던 홍콩의 다른 역들과 완전히 달라 새로운 느낌이었다. S군은 장난 삼아 가난한 사람들만 사는 곳이라며 낮춰 표현했지만 한국에서 나도 아파트 단지에서 살아본 몸. 문득 집을 떠올리게 하는 따뜻한 곳으로 느껴졌다.
스트릿 푸드로 구매한 것은 3종류였다.
1) 간장 베이스의 소스에 양상추와 돼지고기, 면을 볶은 요리
2) 한국의 닭꼬치와 같이 판 위에서 조린 고기를 꼬치로 엮은 요리
3) 내장(천엽 쪽에 가까운)을 포함한 고기 + 어묵으로 만든 공을 함께 졸여 닭볶음탕처럼 요리한 접시
주문을 하고 나서 한국의 야시장 같다는 - 혹은 노량진의 컵밥거리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콰이펑(Kwai Fung)에서 일전에 스트릿푸드를 먹을 수 있었지만, 건물 안에서 판매하고 다른 홍콩 가게에서도 먹을 수 있어서 야생스러움이 덜 느껴졌다. 하지만 이곳의 음식은 진짜 거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막상 주문을 마치고 포장하니 먹을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S군이 자기 집에 가서 먹자고 하여서 괜히 홍콩의 친구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궁금해진 나는 어서 안내하라고 재촉했다.
S군의 집은 역에서 조금 떨어진 아파트여서 단지 내를 통과해서 조금 걷고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걸어가면서 두 친구와 대화를 했지만, 정작 나는 홍콩의 친구가 어떻게 사는지 실제로 볼 기대감에 제대로 머릿속에 담지 못했다.
S군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문에 도어록이 달리지 않았다는 점이 신기했다. 내부문 + 외부 쇠창살의 이중문이어서 솔직히 안전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니 나를 놀라게 하는 점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집의 크기였다. 평수로 따지면 20평도 안 되는 사이즈로, 부엌/거실(식탁이 여깄다)/화장실 1개/안방/S군과 형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가장 놀랐던 것은 방 하나를 S군과 그의 형이 같이 쓰기 때문에 2층 침대 하나에 책상+컴퓨터도 하나만 있었다. 동생과 나 하나씩 방과 책상이 있는 우리 집과 비교하면 너무나 좁아 보였다.
만약 내가 이곳에 살았다면 어떻게 공부할 수 있었을까? 일전에 S군과 화상통화를 했을 때, S군이 입던 옷이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자 S군은 자랑스럽게 14살 때 아르바이트할 때 받은 작업복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냥 오랫동안 옷을 입는구나 싶었는데, S군의 집에 오고 나니 만약 나였다면 8년 넘게 - 그것도 아르바이트하면서 꽤나 해진 옷을 계속 입었을까?
하지만 이 모든 차이에도 S군의 집은 좋아 보였다. 가정적인 분위기가 따뜻했고, 특히 S군의 어머니께서 유창한 영어로 나와 F군을 환대해 주었기 때문에 굉장히 따뜻한 기분을 느꼈다. 나는 S군에게 집이 좁지 않냐고 묻지 않았다. 그저 내가 가진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게 해 준 친구에게 마음속으로 감사했다.
이후 조금 걸어가서 디저트 점으로 갔는데, 꽤 외진 곳에 조그만 1층짜리 건물이 하나 있길래 여기가 맞나 싶었지만 가보니까 사람들이 꽉 차있어서 신뢰가 갔다. 여러 디저트 중에서 S군과 F군의 추천에 따라 1) 요거트 칵테일, 2) 아이스크림 와플, 3) 치즈 타르트를 먹었다.
요거트 빙수는 한국에서 먹던 요거트와 비슷해 익숙했지만 치즈타르트는 안에 있는 치즈+우유가 상상 이상으로 달콤한 맛이라 감동적이었다. 홍콩에 에그타르트가 유명하다 하는데, 솔직히 교환학생 하면서 여러 번 먹어본 입장에서는 이 치즈타르트가 몇 배는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