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처음 만난 친구 S군과 볼빨간사춘기 팬인 F군이 오늘 홍콩의 맛집에 데려가겠다고 해서 아침부터 기대하며 기다렸다. 위엔 롱(Yuen Long) 역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중간에 지나는 역 중에 내가 처음으로 전철을 탄 역, 춘완 웨스트(Tusen wan west)가 있어서 잠시 기억을 되새기고자 내려봤다.
격리 호텔이었던 판다 호텔을 목적지로 하고 다시 되돌아보니 그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지나가며 보인 빵집, 아이들이 노는 공원, 참 신선해 보이는 야채들을 파는 시장까지... 새삼 유심이 없었을 때 어떻게 이 길을 걸어왔는지 신기해졌다.
위엔 롱으로 도착하니 이미 두 친구들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도착한 후 우리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역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역 밖에 선로가 있는 게 아닌가. 전철을 또 타는가 싶었는데, S군이 이건 전철(subway)이 아니라 노면 전차(light rail)여서 조금 다르다고 말해주었다.
비유하자면 서울에 차선이 많은 경우 횡단보도 중간에 버스 정류장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대신 이 노면 전차는 횡단보도 중간에 전차 정류장이 있는 것이다. 노면 전차인만큼 지상 위를 달리는데, 의외로 지상 위를 달리는 만큼 흔들림 같은 것이 전철보다는 무궁화호 같은 느낌이었다.
새로운 교통수단에 신기해하며 두 친구들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집. 사실 내가 홍콩에서 가장 비싸게 먹은 음식이 훠궈였기에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는데, 파는 것은 치킨이었다 - 이건 내가 쓴 표현이 아니라, 두 친구가 이것이 홍콩의 "치킨"이라고 말을 해주었다.
까이포라고 하는 이 음식은 닭볶음탕과 비슷한데, 향이 마라향인 게 차이점이다. 이 닭볶음을 먹고 나면 육수를 넣어서 탕으로 끓여 먹을 수도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닭을 더 많이 볶는 쪽을 선택했다. 맛은 마라 맛을 내가 약하게 해달라고 해서 닭볶음탕인데 간장으로 만든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굽네치킨에 간장+굴소스를 볶은 느낌이었다. 그만큼 짭조름해서 원래 고수를 잘 못 먹는데 이 요리의 짠맛이 고수의 향을 억눌러 둘 모두 잘 먹었다.
많이 먹었고 후식으로 빵도 시켰는데(구운 꽃빵이 나왔다), 이 모든 걸 합해서 홍콩달러 $180이길래 훠궈보다도 더 만족도가 높았다. 언젠가 다시 가서 먹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내가 내 친구들을 다시 만나러 갈 수 있기를 더 기원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