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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치유 Apr 13. 2024

홍콩의 음식을 먹다 : 까이뽀

12.19(월)


 홍콩에서 처음 만난 친구 S군과 볼빨간사춘기 팬인 F군이 오늘 홍콩의 맛집에 데려가겠다고 해서 아침부터 기대하며 기다렸다. 위엔 롱(Yuen Long) 역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중간에 지나는 역 중에 내가 처음으로 전철을 탄 역, 춘완 웨스트(Tusen wan west)가 있어서 잠시 기억을 되새기고자 내려봤다.


  격리 호텔이었던 판다 호텔을 목적지로 하고 다시 되돌아보니 그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지나가며 보인 빵집, 아이들이 노는 공원, 참 신선해 보이는 야채들을 파는 시장까지... 새삼 유심이 없었을 때 어떻게 이 길을 걸어왔는지 신기해졌다.


 위엔 롱으로 도착하니 이미 두 친구들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도착한 후 우리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역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역 밖에 선로가 있는 게 아닌가. 전철을 또 타는가 싶었는데, S군이 이건 전철(subway)이 아니라 노면 전차(light rail)여서 조금 다르다고 말해주었다.

노면전차 정류장. 아이콘 위쪽이 전철과 조금 다르다.

 비유하자면 서울에 차선이 많은 경우 횡단보도 중간에 버스 정류장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대신 이 노면 전차는 횡단보도 중간에 전차 정류장이 있는 것이다. 노면 전차인만큼 지상 위를 달리는데, 의외로 지상 위를 달리는 만큼 흔들림 같은 것이 전철보다는 무궁화호 같은 느낌이었다.


 새로운 교통수단에 신기해하며 두 친구들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집. 사실 내가 홍콩에서 가장 비싸게 먹은 음식이 훠궈였기에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는데, 파는 것은 치킨이었다 - 이건 내가 쓴 표현이 아니라, 두 친구가 이것이 홍콩의 "치킨"이라고 말을 해주었다.



 까이포라고 하는 이 음식은 닭볶음탕과 비슷한데, 향이 마라향인 게 차이점이다. 이 닭볶음을 먹고 나면 육수를 넣어서 탕으로 끓여 먹을 수도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닭을 더 많이 볶는 쪽을 선택했다. 맛은 마라 맛을 내가 약하게 해달라고 해서 닭볶음탕인데 간장으로 만든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굽네치킨에 간장+굴소스를 볶은 느낌이었다. 그만큼 짭조름해서 원래 고수를 잘 못 먹는데 이 요리의 짠맛이 고수의 향을 억눌러 둘 모두 잘 먹었다.


 많이 먹었고 후식으로 빵도 시켰는데(구운 꽃빵이 나왔다), 이 모든 걸 합해서 홍콩달러 $180이길래 훠궈보다도 더 만족도가 높았다. 언젠가 다시 가서 먹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내가 내 친구들을 다시 만나러 갈 수 있기를 더 기원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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