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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치유 Apr 18. 2024

대불상(大佛像)과 어촌 마을이 한 섬에

12/26(월).


 가볍게 커다란 부처상을 보고 오려고 했다가 되려 큰 고난을 겪었다.




 란타우 섬으로 출발


읽기 전 ) 란타우 섬은 홍콩 서쪽에 있는 거대한 섬으로 섬 북쪽엔 홍콩 국제공항이 있고, 다른 곳에 여러 관광지를 가지고 있다.


 우선 공휴일에만 란타우 섬으로 가는 버스를 놓친 것이 첫 번째 고난이었다. 올해 크리스마스가 일요일이어서 대체공휴일로 월요일이 지정되었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적이 없어서 이런 시기에만 특수하게 가는 버스가 있는 줄 몰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30분 정도를 기다려서 호 형과 함께 오전에 3개 운영하는 버스  마지막을 있었다.


 버스를 타니 중반까지는 아무도 없었는데, 본격적으로 산길을 따라 티안탄 부처상으로 올라가기 시작할 때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복장을 보니 가족끼리 여행 가는 사람들도 보이고, 등산을 하는지 가방을 멘 사람들도 보였다.



포린 사원과 티안탄 부처상


 각기 다른 사정을 가지고 도착한 곳에서 처음 보인 풍경은 놀랍게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부처상인 티안탄 부처상도, 그 앞에 있는 거대한 포린 사원도 아니었다. 내가 처음 본 것은 바로 였다. 종교적인 이유로 기르는 것이겠지만, 소 여럿이 여기저기 떨어져 묶여있지도 않은 상태로 편하게 햇볕을 쬐고 있었다. 주변 석회암 바닥에는 개들이 아예 대놓고 드러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사람은 음미, 소는 음메
개팔자가 상팔자라더니...(쿨)


 먼저 포린 사원을 들렀는데, 사찰 외부에는 거대한 향(키가 초등학생 남자 정도에 달했다)을 피우고 있었고 내부에는 천수관음을 포함한 많은 부처상이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불교에 대해 잘 모르는 나로서는 그 의미를 모른 채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오히려 재밌었던 것은 부처를 새긴 돌벽의 부처손 위에 동전을 올린 사람들이 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니 로마의 트레비 분수가 떠올랐다.

포린 사원 전경
대형 향들을 지나가면 사원이 나온다


 거기에서도 동전을 던져 기원하던데, 한국도 유럽도 홍콩도 이런 사고방식은 동일하구나 싶었다. 거기에 더해 신을 향해서 돈을 주고 기원하는 사람들이 이리 많은데도 왜 주변 사람들에게 밥 한 번 사는 것은 아까워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로마의 트레비 분수. 물 아래에 사람들이 기원하며 던진 동전들이 수없이 많았다.


 본격적으로 불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니 생각보다 더 거대한 티안탄 부처상의 모습이 보였다. 사진을 찍고 싶어도 그 크기 때문에 멀리서 찍어야 불상이 전부 나오는 것이 괜히 우스웠다. 거기에 거대한 불상 옆에도 꽤 많은 불상들이 있어서 경치를 구경하면서 사진을 찍기 좋아보였다. 불상이 있음에도 아까의 사원과 달리 종교적인 엄숙함보다는 가볍게 관람할 수 있던 점이 편했다.


위로 올라가니 하반신이 보이지 않는다
주변에서 사진을 찍으며 풍경을 관람!


 하지만 그런 내 생각과 달리 불상 내부는 굉장히 엄숙했는데, 이유는 이곳이 죽은 사람을 기리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납골당과 비슷하지만, 누구나 이곳에 이름을 걸 수는 없다는 듯이 홍콩의 유명인들이 굉장히 많았다. 호 형은 옛 홍콩 영화의 유명 연예인도 여기에 있다며 놀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작은 어촌 마을, 타이오


 이후 숙소로 돌아가려다가 시간이 남는 것 같아서 란타우 섬에 온 만큼 또 다른 관광지인 타이오로 향하기로 했다. 물론 이것이 또 다른 고난이 될 줄은 몰랐지만... 곧바로 버스를 타고 갔는데, 솔직히 갑자기 잡은 계획인 만큼 어떤 곳인지 잘 몰라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어촌 마을이니 생선을 주로 파는 노량진 수산시장이나 부산 자갈치시장같이 큰 시장이 있으려나?


 하지만 실제로 타이오에 가보니 커다란 시장이 있기보단 '마을'의 길을 따라 가게들이 조금씩 있었다. 마치 벽화마을에 있는 집들이 오징어구이나 노가리 같은 건생선을 굽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초반 입구부근에나 많지, 내부로 들어갈수록 보이는 것은 순천만 같은 습지를 뒤에 두는 한적한 마을이었다. 아이들도 조그만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긴 부리를 가진 새들이 하늘을 허적허적 배회하는 작은 어촌 마을. 물론 수상 가옥이라는 점은 나름 신기하긴 했다.


타이오에 처음 도착했을 때 보이는 수상가옥(왼쪽|출처 : 트립닷컴)과 안쪽의 습지


 하지만 돌아올 때가 문제가 생겼다. 타이오에서 버스를 타고 왔던 길로 돌아가는 건 너무 삥 도는 것 같아 보여서 페리를 타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숙소 가까운 중간지점으로 가는 배편의 줄이 꽉 차버렸다.


  그래도 줄을 서면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까 말했듯이 이곳은 작은 어촌 마을. 배편이 자주 안 올뿐더러 한 번에 탈 수 있는 인원도 굉장히 적었다!! 결국 우리 앞에서 끊겨버린 줄을 보고 다시 버스로 향하려 했지만 버스정류장의 줄은 이미 배편 이상으로 꽉 차있었다.

최신판 MTR 노선도가 아닐 때에는 전철의 끝에서 끝까지 되는 거리였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홍콩의 서쪽 끝인 문(Tuen mun)으로 향하는 배를 타고 갈 수밖에 없었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피곤한데 배에 전철까지 다 타고 돌아오니 이미 9시가 넘는 시간이었다. 비록 순탄치 않은 여정이었지만, 란타우 섬에 공항만 있는 줄 알았다가 새로운 관광지들을 공부하고 와서 뿌듯했다.




+추가) 

배를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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