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의 도구들>을 읽고
( 이번 글은 정돈되지 않은 예전 글을 편집할까 하다가 B급 감성으로 한 번 써보고 싶은 것도 있고, 지금 나의 입장이 당시와 많이 다르기에 그대로 글을 올립니다.)
1. 무서운 제목이다. 타이탄이라고 하면 거인이라고 번역되긴 하지만, 내가 아는 타이탄은 <갓오브워> 게임이나 <타이탄의 분노>에 나오는 흉측한 이미지라 더 그런 점이 크게 느껴졌다. 타이탄의 도구들이라니, 도대체 어떤 강력한 도구들이길래 이렇게 무서운 제목을 지었을까?
2. 하지만 본 내용은 그런 내 두근거림에 미치지 못하였다. <타이탄의 도구들>은 굉장히 많은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그 모든 내용들은 내가 보기엔 전부 사소한 내용에 불과했다. 적어도 '빌게이츠의 사고법', '퇴역 군인의 멘탈 관리법' 등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체계적인 방법을 원했지만, 이 책의 내용들은 모든 것이 단편적이고 얄팍하게 적혀있었다.
이런 단점은 사실 이 책이 만들어진 방법을 생각해볼 때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겪은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가 주변의 위인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들을 묶어 놓은 일기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내용이 간략하고, 그 얄팍한 두께만큼 내가 '꼭 해야겠다!'하는 마음도 들지 않았다.
3. 하지만 <역행자>를 읽으면서 자기계발서를 다시 믿어보기로 했었다. 그렇기에 내가 고민 중이던 점을 해결할 수 있는 딱 한 가지 - 바로 아침 의식만 시도해보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똑같은 하루의 시작이라는 불편한 점을 조금이나마 잊고 싶었기 때문이다.
방법은 간단했다. 5단계밖에 되지 않았다. 잠자리 정리(3분) - 명상(10분~20분) - 간단한 동작 반복(1분) - 차 마시기(2~3분) - 아침 일기(5~10분)로 구성된 5단계는 최소 시간으로 따지면 20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아침에 집에 커피포트도 없는 자취생이었고, 명상도 귀찮았기에 결국 남은 것은 잠자리 정리, 동작 반복 그리고 아침 일기의 3단계였다. '책에도 5단계를 매일 모두가 하지는 않는다고 했으니 이 정도면 괜찮겠지.' 훌륭한 자기 합리화였다.
그렇게 첫날부터 대충 생각나는 대로 막 휘갈기기 시작했다. 원래 일기를 쓰고 있던 나였기에 시간만 바뀌었지, 쓰는 것 자체에는 부담이 없었다. 책에서 나온 대로 아래의 내용을 작성했다.
1. 내가 감사하게 여기는 것들 3가지
2. 오늘을 기분좋게 만드는 것 3가지
3. 오늘의 다짐 3가지
그 중 첫번째인 감사의 내용을 살펴보자. 짧은 기간이었지만 내용의 변화가 분명하다.
하루를 썼다. 처음은 그래도 쓸 내용이 뭔가 있었다. 최근에 만난 친구와 같이 놀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둘째날. 용돈을 주시는 부모님께 몇년만에 감사인사를 올린 것 같다. 왜인지 죄송스런 마음도 함께 들었다.
셋째날. 날 태어나게 해주신 것에 감사를 드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 문장력이 이정도밖에 없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째날. 이젠 자취방에서 돈을 내는 집주인한테도 감사한다. 내가 월세를 내는데도 집이란 환경을 제공한 집주인에게 감사를 하고 있다는 점이 웃기기만 하다.
무언가 느껴졌는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쓸데없는' 것까지 감사를 느끼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은 어쩌면 '정말 어리석은 친구야. 결국 도전했지만 실패했구만!'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4. 그러나 내가 느낀 감상은 오히려 반대였다. '이거, 쓸만하다.' 그것이 내가 이 아침 일기를 하면서 느낀 점이었다. 하루하루 쓸수록, 감사할만한 커다란 쓸 거리들이 없어진다. 하지만 그것은 감사할 거리가 줄어드는 것과는 다르다. 오히려 감사할만한 '쓸데없는' 작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시작은 마치 거대한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기는 것과 같았다. 내가 있는 호텔, 거대한 침대, 그리고 호화로운 음식에 감사를 적었다. 하지만 그것들이 호텔 아래의 해수욕장에 있는 모래들보다 많겠는가? 이 아침 일기는 내가 살고 있는 굵직한 것들에게서 감사를 느끼는 것에서 내려와 살면서 느끼는 모든 작은 순간들에서 감사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것은 마치 반짝이는 모래들이 다시 예뻐보이는, 그 속에서 조개껍질을 찾을 때 기뻐하던 순수한 어린 아이의 동심을 찾은 것만 같았다.
그러자 책의 내용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타이탄의 도구들>이라는 제목에서 거인의 이미지에 위압되었지만, 핵심은 '도구들'이다. 즉, 이 책은 디테일에 관한 책이다. 분명 모든 디테일의 도구들을 동일하게 쓰는 사람은 세상에 둘 이상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도구들 중 내가 좋아하는 한 가지만 골라서 쓸 수는 있다. 그리고 그러다보면 점점 더 많은 도구들을 꺼내 쓸 수도 있겠지.
결국 나는 <타이탄의 도구들>을 통해서 다시 디테일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모든 큰 성공도 처음은 한 발자국이었다는 점도 다시 떠올랐다. 실제로 이 책에 나온 아침 일기를 실행하면서, 1.감사와 2. 기분좋은 것들을 적고 3.오늘의 다짐을 적으니 이전보다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할 일들을 도전할 수 있게 된 느낌이다. 비록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하는게 낫지 않겠는가? 다시 한 번 이 책이 내게 어릴 적의 즐거운 초심을 찾아준 것에 감사한다. 그리고 당신도 그런 도구를 하나만 써보면서 나와 같은 순간을 맛보기를 바란다. 세상은 감사할 일이 이렇게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