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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에게 싸이가

싸이 <Dream>을 듣고 나서 담담해진 기분으로

by 자연치유

3줄 요약 )

- 나는 유튜브의 맞춤형 추천을 막아놨지만, 가끔은 음악 추천을 따라 듣다가 꽂히는 곡이 생기면 반복 재생한다.

- 오늘 발견한 곡은 싸이의 Dream으로, 신해철이 작사에 참여했다고 표기된 이유를 알고 감동을 받았다.

- 노래 가사는 신해철이 생전에 했던 말과 닿아 있으며, 꿈과 행복에 대한 깊은 메시지가 있으니 한 번 들어보시길...



나는 유튜브에서 정보 수집을 막아놓았기에 홈 화면에서 맞춤형 추천이 뜨지 않는다. 영상을 볼 때도 '다음 동영상 재생' 기능을 꺼놓고.


그렇지만 가끔은 예외가 있는데, 시니컬한 느낌이 들 때 듣는 음악의 경우에는 알고리즘을 따라 다섯 곡 정도를 연속재생하곤 한다. 그러다가 꽂히는 음악이 생기면 그 노래 하나만 몇 주 동안 질리게 듣는데 오늘 그런 음악을 찾았다.


싸이의 7집에 수록된 <Dream>이라는 곡. 싸이를 좋아하지만 모든 노래를 다 챙겨들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런 노래가 있을 줄 알았으면 진작에 조금 더 찾아볼걸 그랬다. 싸이가 <강남스타일> 이후 <나팔바지>, <Daddy>처럼 댄스곡 느낌의 노래를 타이틀 곡으로 밀었지만 이 노래는 그런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뜨거운 안녕>같이 담담하고 쉬운 랩에 감성 짙은 보컬이 함께 하는 곡이다.

Psy.png

거기에 보컬은 시아준수. 뮤지컬 <데스노트>의 L(김준수)로도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사실 난 이 분이 이렇게 잘 부르는지는 이번 노래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허스키한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노래방이 땡겨서 바로 달려갔다.


그런데 곡 소개에 신기한 이름이 있었다.


Dream (Feat. XIA of (JYJ)

작사 싸이 (PSY), 신해철

작곡 싸이 (PSY), 유건형

편곡 유건형


작사가에 신해철의 이름이 보였다. 마왕(魔王) 신해철이 왜 여기에? 거기에 내 어렴풋한 기억은 신해철의 부고가 이 노래가 나오기 전이라고 알려주었다.(실제로 찾아보니 신해철은 14년 10월에 사망했고, 이 앨범은 15년 12월에 나왔다)


아아, 그 이유를 알고 나니 가슴이 아팠다. 이 작사 - 신해철의 뒤에는 싸이의 친한 형에 대한 애도가 있었다. 그래서 이 노래의 가사를 평소 싸이가 고 신해철에게 들었던 말들로 만들었고, 작사가에도 신해철의 이름을 올렸던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과거 신해철의 말 중 하나가 떠올랐다.


신해철.png

"꿈을 이루면 모든 게 다인 것처럼 생각되지만 그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잃어버려서는 안 될 것도 있는 것 같고 그 꿈이 꼭 행복이랑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네가 무슨 꿈을 이루던지 간에 대해서 신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행복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관심을 쓰고 있다. 그러니 오늘 잘 되고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지금 당장 행복한지 아닌지에서는 항상 지켜보고 있으니까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신해철, <비정상회담>에서


꿈을 잃거나 이루거나

그 다음 날을 다시 살아가잖아

걱정하지마 이 모든 게 꿈이야

이 꿈에서 깨어날 때

그 모든 게 그대로 다 그 자리에

있었으면 해 여전했으면 해

그때는 영원했으면 해

- 싸이, <Dream> 가사 中



...덕분에 오늘 더 행복해졌어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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