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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견하는 상담사 Dec 27. 2023

결핍, 채움, 비어 있는


뭔가를 자꾸 채우려는 건 비어 있는 게 불편하기 때문이다.


비어 있는 것이 본래의 모습인 걸 알고 있다면,  채우려 애쓰지 않을 것이다.예전에는 가득 채워져 있었노라 확신하고 있기에 비어 있는 게 불편하다.비어 있는 걸 채워야만 불편함이 사라지고 안심이 된다. 



정신분석에서는 인간은 본래 결핍된 존재라고 말한다. 인간의 결핍은 당연하다는 거다. 결핍이 아니라 그저 비어 있는, 그냥 없는 것, 그것이 인간이다. 채울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종교에서나 명상을 통해 깨달음에 이른 현인들은 자신을 비워야 한단다. 여기서 말하는 비움이란, 아마 채운 걸 비운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비어 있다는 걸' 알아차려야 한다는 것 아닐까!


채울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결핍을 받아들이고 멈출 수 있는 것. 이것이 깨달음이요, 마음챙김이자, 정신분석의 치료이다. 


정신분석에서는 결핍을 인정할 때 증상은 치유된다고 말한다. 인정한다고 말하고 생각한다고 해서 깨달음과 치료가 바로 되는 건 아니니 문제다. 그 끝은 나도 모른다. 


앞서 현인들과 정신분석가들이 해왔던 과정을 내가 알 턱이 없다. 그저 그들의 뒤를 따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것에 안심할 따름이다. 



커버이미지: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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