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 자기 탐색
환자들은 분석가의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고 그에 따라 반응할 것이다.
치료자가 환자의 말에 압도되었는가?
『환자에게서 배우기』
상담사로서 내담자에게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자꾸 잊는다. 그래서 이런 글을 만나면 가슴이 뜨끔 하다. 잊고 있는 것과 인정하지 않으려는 그 중간쯤 어딘가에 아직도 머무르고 있다. 내담자도 상담사 못지않게 상담사를 관찰하고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애를 쓴다. 왜 아니겠는가! 상담도 하나의 관계이고 관계를 하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를 관찰하고 이해하려고 애쓴다.
이런 맥락으로 내담자의 이야기에 상담사가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내담자가 자신이 하는 이야기의 수위를 조절하는 건 당연한 과정이다. 자신이 꺼내 놓을 이야기에 상담사가 압도당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거나 실제로 그렇다면 내담자는 더는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없다. 과거 자신이 아무에게도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없었던 상황을 반복하게 된 것이다.
환자는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것에 치료자가 어느 정도 접촉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항상 관찰한다.
『환자에게서 배우기』
상담사는 내담자에게 자신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이것은 내담자를 살펴야 하지만 동시에 상담사 자신이 내담자의 영향에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상담사가 반드시 익히고 잊지 말아야 할 자세이자 기법이다.
한 사람의 무의식이 의식을 통과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무의식에 반응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프로이트(1915)
내담자는 종종 자신의 말로 소통할 수 없는 감정을 상담사 내면에 불러일으킨다.
우는 아이의 울음에 그 의미를 이해하고 반응하는 어머니의 직관적인 감지처럼 상담사는 자신 안에 전해지는 내담자의 감정을 온몸으로 느낀다. 아무런 감정 없이 자신의 과거의 고통스러운 학대 경험을 담담히 말하는 이야기에 상담사는 온몸으로 고통과 울분을 경험한다. 이것이 내담자가 이제껏 온 힘을 다해 억눌러왔던 것임을 알아채고 상담사는 그 순간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담자가 겪었을 고통과 억눌러야 했던 이유와 표현할 수 없는 두려움에 진실된 공감을 전할 수 있다.
이것이 상담사가 자기 탐색과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출처:『환자에게서 배우기』패트릭.J.케이스먼트, 한국심리치료연구소, 2003.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