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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견하는 상담사 Jan 31. 2024

이제야 내 고통이었음을 고백한다.


갈피를 못 잡는 내가 한심스럽다. 한심스럽다는 건 내 생각일 뿐, 사실 마음이 한없이 무겁다. 무겁다는 것도 몇 겹의 포장 중에 하나일 뿐이다. 사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무엇을 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할 것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무엇을 해야 한다는 또 하나의 압박이 가슴을 탁 때린다. 그러자 익숙한 소리가 튀어나온다.


아버지의 잔인한 목소리... 


아버지는 나의 실패를 놓치지 않고 잔인하게 드러내 씹었다. 내 실패가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비루한 핑계를 대며 자신이 받은 상처를 복수하듯이..     



그 순간, 아버지는 사냥꾼처럼 잔인하고 날카로운 무기를 가차 없이 휘둘렀다. 그 무기에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꼿꼿이 서 받아내었던, 나는..., 3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몸소리 쳐진다. 




         



나를 만나러 온 아이가 아빠에게 받았던 무자비한 말들을 들려준다. 내 안의 내가 휘청거린다. 휘청거리는 나를 붙잡고 아이의 말을 받아 낸다. 아이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고통스럽다. 사실.. 내 고통이었음을 이제야 고백한다.


이야기를 끝낸 아이가 내 앞에서 울었다. 


아이에게 전하는 말들은 동시에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아이가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짓는다. 

“좋아요.”

“나도 좋아.”



커버이미지: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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