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하고 예민한 아이의 요구에서 아이의 불안을 감지한 부모는 그 요구를 들어준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자신이 요구하면 다 실현된다는 권능감을 갖게 된다. 민감하고 예민한 아이에게 권능감은 오히려 불안을 악화시킨다. 아이는 불안을 낮추기 위해선 부모에게 의존해야 한다는 걸 배우게 된다. 이는 부모가 자신의 곁에 없게 되면 괜찮지 않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대표적이 예가 분리불안이다.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는 부모의 솔직한 마음은 아이의 불안을 지켜보기 어렵다. 처음에 안 된다고 했다가 끝내 들어주게 되는 이유이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부모는 나서서 해결해 준다. 아이가 문제 앞에서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절대 문제해결 방법과 자기 조절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 아이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감정과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부모는 민감하고 예민한 아이의 고통을 부모는 정서적으로 강하게 느낀다. 민감하고 예민한 아이도 부모가 자신으로 인해 느끼는 불안과 고통을 강하게 느낀다. 이렇듯 서로의 감정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부모와 아이 사이에는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분리-개별화를 성취하지 못하게 된다.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게 된 셈이다.
민감하고 예민한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강압적이고 처벌적으로 대하는 부모 또한 아이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아이가 문제해결 방법과 자기 조절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하는 건 마찬가지이다.
강압적이고 처벌적인 개입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이가 문제행동을 멈춘 이유는 부모를 두려워하고 겁내기 때문이다. 민감하고 예민한 아이는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무서운 부모 앞에서 착한 아이가 되려고 애를 쓴다. 그런 모습이 아이가 나아졌다고 일시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때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방법만을 배운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배우지 못하게 된다.
이런 문제가 집에서는 드러나지 않다가 유치원과 학교생활을 하면서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유치원과 학교에서 선생님이나 친구는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무섭게 대하지 않는다. 무서운 부모와 같이 아이의 행동을 제재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행동을 멈추지 못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다. 아이는 자신을 강압적이고 처벌적으로 대할 때만 행동을 멈추도록 학습된 것이다. 결국 아이는 문제를 해결하고 자기 조절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민감하고 예민한 아이에게는 어떠한 양육태도가 잘 맞을까?
민감하고 예민한 아이는 자신을 안정시켜 줄 수 있는 흔들림 없는 태도를 보이는 부모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부모가 훈육할 때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민감하고 예민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그렇지 않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보다 몇 배는 더 힘들 수 있음을 각오해야 한다.
아이의 불안에 부모인 내가 흔들리고 휘말린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야 자신의 감정을 다루고 감정적으로 아이를 대하지 않을 수 있다. 감정을 배제하고 아이를 훈육한다면 아이도 부모에게 감정적으로 대들지 않게 되고, 부모는 아이에게 필요한 개입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때야 비로소 아이는 부모의 말에 귀 기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