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사춘기인 것 같은데.”
“아이가 몇 살인가요?”
“아이의 어떤 모습을 보고 사춘기라 여기셨어요?”
“아이가 제 말에 무조건 안 한다고 하고, 싫다며 소리를 질러요. 제가 시키는 일은 무조건 안 해요. 사춘기가 너무 빨리 온 거 같아요. 아이가 나이에 비해 성숙하긴 해요.”
상담실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사례이다. 부모는 아이의 반항적인 태도가 점점 심해지자 사춘기로 규정지어 버린다. 너무 일찍 온 사춘기에 준비되지 않은 부모는 당황해 상담실을 찾는다. 그런데 대부분 사춘기가 보이는 특성이 아님을 알게 된다.
사춘기는 2차 성장기로 심신의 급격한 성장을 보이는 시기이다. 겉으로 드러난 신체적 변화는 가히 놀라울 정도로 급변하고 마음의 변화도 커지는 시기다. 사춘기 뇌의 발달은 변연계가 먼저 발달하고 그다음에 전두엽의 발달이 이루어진다. 변연계는 감정을 처리하는 기능을 부위이며 감정 중 슬픔, 불안 등의 부정적 감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런 변연계가 먼저 발달하면서 사춘기 시기에는 부모님이 조금만 뭐라 해도 불끈불끈 화가 나고, 사소한 일로 틀어지면서 쉽게 눈물을 보인다.
뒤늦게 발달하기 시작하는 전두엽은 이성적 사고가 이루어지는 부위이다. 사춘기 시기에 전두엽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변연계에 따르는 감정적인 반응이 앞서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감정을 잘 통제하지 못하고, 이성적인 판단과 행동이 늦어지면서 돌발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이때는 위험한 일을 자처하고 분노에 쉽게 휩싸이며, 부모님에게 쉽게 짜증이 나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말할 수 있다. 사춘기에 보이는 행동들은 뇌의 영향인 것이다.
사춘기가 아님에도 사춘기와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많은 수가 자기조절력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기조절력 문제는 사춘기처럼 지나가는 과정이 아니라 반드시 성취해야 할 능력이다.
아이의 자기조절력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배우고 익혀야 하는 학습적인 부분이다. 아이가 타고난 신체적 성장을 다 발휘하려면 적절한 영양과 환경이 제공되어야 하듯이, 자기조절력과 환경적인 개입이 있어야 성장하려는 본능을 발휘할 수 있다. 아이에게 대표적인 환경은 부모일 것이다.
과거에는 부모의 강압적인 양육방식과 다분히 폭력적인 훈육방식(과거에는 폭력이라 하지 않고 훈육이라 말한)이 아이의 자기조절력 성장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모의 허용적인 양육태도와 훈육방식이 아이의 자기조절력 성장을 방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부모의 지나친 허용은 아이가 자신의 행동의 적절한지 부적절한지 알지 못하게 한다. 그러다 보니 유아때 했던 방식대로 자신이 좋으면 하고, 싫으면 안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학교에서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때, 원하는 것을 해야 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 자신이 겪는 불편한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문제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아이들은 집 외의 다른 곳에서는 예의 바르고, 모범생으로 통한다. 아이를 만나는 모든 어른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한다. 집에서의 반항적이고 이기적으로 구는 아이의 모습만 봐 온 부모로서는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다.
아이의 상반된 모습의 이유는 단순하다. 아이의 입장에서 집 외의 다른 곳에서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규칙이 분명하며 어른들의 지시와 제한만 따르면 된다. 그러나 집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지 알 수 없다. 엄마, 아빠는 자꾸 아이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아이는 결정하느라 고군분투한다.
전두엽이 제 기능을 발휘할 때까지 부모는 아이가 이성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미성숙한 전두엽은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 역부족이다. 아이에게 많은 선택권을 주는 건 가능하지 않은 일을 하도록 하는 것과 같다. 부모의 적절한 지시와 제한은 아이게게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안정적이고 안전한 환경에서 아이는 좌절경험을 기꺼이 맞이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는 자기조절력을 성취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