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 한다. MBTI의 유행도 자신에 대해 알고 싶고 규정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에 기인한 것이라 생각된다. MBTI 검사를 통해 자신을 16가지 유형 중에 한 가지 유형임을 확인하면서 자신을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로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체성이란 한 인간이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가치판단, 성격 등이 자신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다. 누군가가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을 했을 때 자신에 대해 이런 것들을 떠올릴 수 있고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자신의 정체성을 잘 확립했다고 말할 수 있다. MBTI는 자신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쉬운 방법으로 선택되고 사용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왜 이렇게 자신을 알고 싶어 할까?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지는 끊임없이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끊임없는 선택과 결정의 순간에 놓이면서 우리는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무엇을 잘하고 무엇과 잘 맞는지’ 정확히 알고 싶어 한다. 즉 자신의 정체성을 잘 알고 싶은 것이다. 정체성이 잘 확립되어 있지 않다면, 이러한 선택과 결정의 순간에서 방황하고 혼란스러우면, 갈등하게 된다. 사춘기 시기의 정체성 혼란을 평생 겪어야 할 수도 있다.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감정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감정은 정체성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것에 끌리고 불편한지 등은 모두 감정이 주는 정보에 의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가수에 대해 누군가가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많은 이유를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목소리가 좋다는지, 감정표현이 좋다든지, 잘생겨서 좋을 수 도 있다. 그러면 좋은 걸 어떻게 아는가? 그 가수를 보거나 노래를 들을 때 저절로 웃음이 나고 기분이 좋지 않은가! 생각이 아니라 내 감정이 먼저 좋다는 걸 알려준다.
감정을 많이 억압했던 사람에게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었을 때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이유도 감정이 주는 정보를 알아채지 못하거나 무시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감정을 너무 격정적으로 느끼는 사람도 감정이 전하려는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 격정적인 감정에 휘둘려 감정이 전해주는 정보를 알아채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체성은 우리의 삶의 목표와 가치를 세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체성은 우리의 말과 행동, 선택과 결정, 의사소통, 관계 형성 등의 근거가 되기 때무이다. 따라서 자신의 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으면 삶이 혼란스럽게 느껴지고 종종 안착되지 못했다는 느낌이 불안을 야기하게 된다. 정체성 확립을 인간의 심리발달 단계에서 반드시 성취해야 할 것이라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잘 느끼고 관리하는 무척이나 것이 중요하다. 이제까지 자신의 감정이 보내는 신호와 정보를 무시해 왔거나, 잘 인식하지 못했다면 이제라도 자신의 감정에 집중해 보자. 아무리 집중해도 감정이 보내는 신호를 알기 어렵다면 몸이 주는 신호에 먼저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다.
신체와 감정은 끊임없이 서로에게 반응하며 영향을 준다. 감정은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알아주지 않으면 신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자극에 반응하는 신체 감각에 집중하다 보면 그것과 연관된 감정이 드러나게 된다. 드러난 감정을 인식하고 느끼게 되었다면, 이제는 감정이 말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 봐야 한다. 감정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