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을 찾는 상당수는 사람들은 민감한 사람이다.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상담실을 찾게 된다. 심리적인 어려움의 원인이 하나의 사건으로 인한 경우도 있지만, 오랜 시간 동안 반복적인 어려움이 쌓여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민감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부정적 경험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외부의 부정적 신호와 자극에 뇌가 활성화되는 수준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강하다. 강한 뇌의 활성화로 인해 남들보다 더 잘 알아채고 더 크게 경험하고 영향을 받는다. 같은 경험에도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상처가 크고 오래 지속되며 회복 또한 쉽지 않다.
아이들에게 부모의 싸움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고 해결되지 않은 갈등을 숨겨도 아이들은 뭔지 모를 냉랭함을 귀신같이 느낀다. 이런 분위기를 민감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경험하는 것에 차이가 크다. 민감한 아이는 부모 사이의 냉랭한 분위기를 강하게 알아채고 부모의 불편감을 함께 느낀다.
부모의 불편감을 느끼는 아이는 알 수 없는 불안에 휩싸인다. 아이에게 불안은 감당하기 어려운 느낌이고 불안을 스스로 다루는 건 불가능하다. 때문에 이 알 수 없는 불편함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모를 찾는다. 아이에 따라 칭얼대거나, 요구를 하거나, 떼를 쓰는 등의 모습으로 불편감을 표현할 것이다. 이를 부모가 알아채고 아이가 불안을 다룰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아이의 불편감은 해결될 것이고 불안은 사라질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잘 숨겼다고 믿고 있는 부모는, 아이의 불안한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아이가 이유 없는 투정을 부린다고 치부해 버리고 필요한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다.
민감한 아이가 이런 불안했던 경험이 쌓이고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지나갔다면, 아이는 자신의 내적 경험을 신뢰하기 어렵다. 자신이 느꼈던 불안의 실체를 어디에서도 확인받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느낌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내면의 느낌을 의심하고 틀렸다고 생각한다면, 결국 내면의 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게 되고, 결국에는 듣지 못하게 된다. 원하는 것을 물으면 ‘모르겠다’는 답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면 관계에서 경계의 문제가 생긴다. 경계는 자신의 정체성, 감정, 안정성, 자신감을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인의 심리적 경계 설정은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심리적 경계를 적절히 설정한 개인은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서 더 많은 안정성과 만족감을 느낀다. 감정적으로도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면, 심리적 경계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개인은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서 갈등과 스트레스를 반복적으로 느낀다.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민감한 사람들이 모두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건 아니지만, 관계가 어려운 사람들은 민감한 사람이 많은 건 사실이다. 관계에서 어려움은 관계를 잘 못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민감한 사람들은 자신의 민감한 특성으로 인해 에너지 소모가 많고,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고 유지하더라도 스스로가 힘들다고 느낀다. 관계에서 상처도 더 많이 받고 살펴야 할 것도 많기 때문이다.
자신이 민감한 사람이고 사람들과 관계하는 것이 힘들다면, 충분한 휴식을 허용하고 관계의 범위를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민감한 기질의 아이가 학교생활을 탈 없이 잘 해내고 있다면 격려와 칭찬을 해 주어야 한다. 민감한 기질의 성인이 사회생활을 무난히 해내고 있다면 애쓰고 있음을 알아줘야 한다.
아이가 학교에 돌아와서 지치고 짜증을 내더라도 너그러운 이해가 필요하다. 다 받아주라는 말이 아니다. 잘못된 행동은 훈육이 마땅하나, 아이의 애씀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말이다. 성인 되었다고 민감한 기질이 둔감한 기질로 바뀔리는 없다. 민감한 성인도 누군가의 격려와 칭찬이 필요하다. 그것이 어렵다면 스스로가 그 역할을 해주면 된다. 민감한 이들이여 자신을 이해하고 휴식을 허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