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견하는 상담사 Feb 13. 2024

민감한 사람들의 자존감과 무가치함의 굴레


민감한 사람들과의 상담에서는 자신을 더 사랑하고 지지하도록 하는 것을 상담의 목표로 잡는다. 민감한 사람들은 낮은 자존감 때문에 고통받고 있기 때문에 낮은 자존감을 보상하고자 높은 기준을 세우고 자신을 채찍질하고 다그친다. 높은 기준은 반복된 실패를 경험하게 되고, 기준을 달성하였다 하더라도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자아의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자존감은 더욱 낮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민감한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자신이 문제가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이들을 괴롭힌다. 항상 자신이 남들과 다르고 결함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이러한 생각은 낮은 자존감을 갖게 한다.

    

자존감이 낮고 자신감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보상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노력한다. 높은 기준을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최선을 다해 노력한 만큼 이들의 성취는 누가 봐도 성공적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찬사와 부러움에 찬 눈빛에도 이들은 자신의 성취에 결코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낮은 자존감은 보상받지 못하고 여전히 무언가를 더 해야 한다는 강한 압력을 느낀다. 

     

열심히 노력하고 능력을 발휘하고 두각을 나타내지만, 이들은 왜 만족하지 못할까?


이들은 자신에 대한 남들의 평가만큼 자신이 괜찮은 사람인지 확신을 갖지 못한다. 이들에게 괜찮은 사람이 되지 못하는 건,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무가치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자신의 가치가 무가치하다고 여긴다면 자존감이 높을 수가 없다. 자존감은 자신이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것이다. 높은 자존감을 가지려면 자신의 고유한 가치, 본래의 가치를 잘 알아야 한다. 자신의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자신을 이해하고, 존재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음을 온몸으로 경험해야 한다.

      



민감한 사람들은 어릴 적 자신이 문제가 있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민감한 아이는 까다롭고 예민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자란다. 민감한 아이의 이러한 특성을 부모가 못마땅해한다면, 아이는 자신이 부모를 힘들게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이어지면 아이는 부모를 힘들게 하는 원인이 자신이라는 확신과 함께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자신의 민감한 특성이 부모를 힘들게 한다면, 민감한 아이는 자신을 무가치한 존재라고 여기게 된다. 아이는 자신의 존재가 가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려고 애를 써야만 한다.


"우리의 깊은 내면은 우리가 사랑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는 걸 증명하지 않고서 있는 그대로 사랑받기를 갈망한다."   -센서티브- 일자 샌드


최선을 다한 노력의 결과 다른 사람의 높은 평가와 찬사에도 이들이 만족스럽지 않은 이유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높이 평가하고, 인정해 주며, 사랑받길 원하는 인간의 욕망 때문이다. 우리는 조건적 사랑이 아닌 무조건적 사랑을 원한다. 그 옛날 부모에게 받았을 무조건적 사랑을 다시 경험하고 싶어 다시 얻으려고 애를 쓴다.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만 사랑받는 경험은 조건적인 사랑이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사랑받고 있다는 경험과는 거리가 있다. 때문에 끊임없이 허기지고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다. 

     

오랜 시간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는 걸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그녀가 애씀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이제껏 이뤄왔던 성취가 그나마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았던 경험 때문이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허기짐을 어느 정도는 채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삶의 이유가 없다는 느낌이 든다.”라는 그/그녀의 고백에서 멈추고 싶지만 애씀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무가치한 자신은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내재되어 있다. 그것은 어릴 적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버려진다는 두려움, 죽음의 공포와 다르지 않다. 



커버이미지:freepik

작가의 이전글 민감한 사람들의 이해와 휴식의 필요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