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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견하는 상담사 Feb 14. 2024

민감한 부모의 육아와 쉼의 균형 찾기

완벽한 부모를 꿈꾸는


자녀를 가진 부모에게 상담 중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쉬고 싶다.”라는 대답을 많이 듣는다. 쉬고 싶다는 게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면,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혼자 있고 싶다.’라는 거다. 가족을 포함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곳에서 쉬고 싶다는 소망을 말하며 그/그녀는 쓴웃음을 짓는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민감한 사람들은 혼자 있는 평안함과 고요함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이 혼자 있을 때는 그러한 시간과 공간을 만들고 유지하면서 균형을 맞추며 살아왔다. 그러나 결혼하게 되면서 이 균형이 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게 되면 민감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는 건 어렵게 된다. 민감한 사람들이 결혼과 양육을 하게 되면서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른 사람보다 더 민감한 부모는 자녀를 양육하기에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다. 민감한 부모는 직관적이고, 주의력이 깊고, 자녀가 무엇이 필요한지 잘 파악할 수 있으며,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다만 이들은 좋은 부모의 기준을 상당히 높게 정하고, 그 기준에 맞추지 못할 때 괴로워한다. 이들은 완벽한 부모를 꿈꾸며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제는, 완벽한 부모가 되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여 탈진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육아 번아웃 증상’을 호소하는 부모가 여기에 해당한다. 너무 많은 에너지의 소모로 탈진 상태에 이르면 민감한 부모가 가지고 있던 좋은 자질이 발휘되지 못한다. 짜증과 화가 많아지고 이들이 가진 최대의 장점인 공감 능력이 사라지게 된다. 이는 자신들이 원하는 완벽한 부모의 역할로부터 멀어지게 되면서 좌절감과 수치심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다른 사람보다 민감한 사람은 육아에, 과한 에너지 투여로 인해 탈진 상태에 이르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다른 사람보다 민감한 부모는 자신이 외부자극, 즉 육아와 살림, 관계 등에서 받는 자극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 고통을 견딜 수 있는 한계가 낮다는 것도 알고 있어야 한다. 쉽게 지치고, 짜증이 나고, 예민해지는 자신을 부정하거나 자책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특성과 민감한 부모가 가지고 있는 자녀를 양육하기에 좋은 자질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민감하기에 자녀를 잘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지만, 민감하기에 부정적 외부자극과 스트레스에 취약한 것이다. 두 경우 다 외부 자극에 쉽고 강하게 영향을 받는 민감한 특성 때문이다.     


민감한 부모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좋은 자질을 유지하고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외부자극에 의해 영향받는 자신을 잘 살피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제공해야 한다. 민감한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혼자만의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또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완벽한 부모의 기준이 너무 높다면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은 존재이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부모의 역할을 완벽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모순이다. 완벽한 부모는 가능하지 않다.     


민감한 사람이든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든 부모 역할은 누구에게나 처음기에 어렵다. 누구나 부모로서 가져야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가진 좋은 자질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 역할을 하는데 취약한 부분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취약점을 알고 있다면 이를 잘 다루고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커버이미지: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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