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학자들은 뇌에 ‘행위 활성화 시스템’과 ‘행위 억제 시스템’이라는 두 가지 시스템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행위 활성화 시스템은 자극에 뇌가 행위를 하도록 활성화되는 것을 말하고. 행위 억제 시스템은 그와 반대로 자극에 뇌가 행위를 억제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TCI 검사에서 말하는 자극추구 성향과 위험회피 성향으로 행위 활성화 시스템과 행위 억제 시스템을 설명할 수 있다.
TCI는 Cloninger의 심리생물학적 인성 모델에 기초하여 개발된 검사이다. Cloninger의 심리생물학적 인성 모델에 의하면, 기질이란 다양한 환경자극 유형(즉 새로움, 위험 혹은 처벌, 보상, 보상 부재 등)에 대한 자동적인 정서반응에 관여하는 적응체계에서의 유전적 개인차를 말한다.
Cloninger가 제시한 기질차원은 ‘행동 활성화, 행동 억제, 행동 유지’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생물학적 체계에 해당된다. 그가 구분한 기질차원은 자극에 대해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정서적 반응 성향으로 다분히 유전적이며, 일생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속성을 보인다.
신경전달물질 체계와도 연결해 보면 행동 활성화 체계에서의 개인차는 도파민이 중심 역할을 하고, 행동 억제 체계는 세로토닌, 행동 유지는 노어에피네프린이 주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자극에 의해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정서적 반응과 뇌는 밀접한 관련이 있고 타고난 성향이다. 따라서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정서적 반응에 따른 행동 경향성은 기질의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민감한 사람들은 행위 억제 시스템, TCI에서 말하는 행동 억제와 위험회피 성향이 강하게 발동한다. 이는 외부 자극이 안정적이라는 확신이 없거나, 위험하고 혐오스러운 자극으로 경험될 때 행동은 억제되고 위축된다. 멈추어 확인이 필요하고 판단하며 결정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는 기질에 따른 유전인 경향성일 뿐, 문제로 여길 것이 아닌 개인차로 이해해야 한다. 행동이 억제되고 회피하거나, 멈추고 확인하는 정도는 개인에 따라 그 양상과 강도는 다르다. 민감한 사람들은 자신이 이러한 특성을 자기 관찰을 통해 알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이런 특성을 인식하고 이해한 다음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그다음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 것이다. 상담장면에서도 자신의 민감성을 확인하고 이해한 후에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민감한 사람만이 아니라 그렇지 않은 않은 사람들도 자신의 기질을 인식하고 이해하였다면, 자신의 기질적 특성을 받아들이는 작업이 먼저 되어야 한다. 받아들인다는 건 알고 있다는 것과는 다르다. 자신의 기질적 특성을 받아들이게 되면 기질적 특성을 그대로 인정하고 바꾸려 하지 않아야 한다.
민감한 사람들의 예를 들어보자. 민감한 사람들은 처음 만나는 환경과 사람들 속에서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난다(민감한 사람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이들은 처음 만나는 환경과 사람들을 살펴보면서 안전함을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다소 수줍고, 방어적이고, 다가가기 어려워 보일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이 때로는 부정적인 첫인상과 오해를 낳게 되는 경우도 많다.
민감한 사람들은 자신의 이러한 특성을 알고 자신에게 이러한 시간을 허용해야 한다. 그래야 타인과 잘 지내고 싶다는 바람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자신의 이러한 특성을 무시하거나 부정하게 되면, 타인이 자신에게 느꼈던 부정적 첫인상과 오해를 만회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이후 타인이 자신을 멀리하게 되면 영문도 모른 채 깊은 상처를 받게 된다.
자신의 이런 특성을 알고 있지만, 감추기 위해 정 반대의 행동을 한다면 쉽게 지치게 된다. 자동적인 정서적 경향성을 억누르고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타인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데는 상상이상으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러한 반복된 에너지 소모는 탈진에 이르게 되면서, 번아웃 증상까지 경험하게 된다.
민감한 사람들은 자신의 민감한 특성을 인식하고 받아들인 후에는 민감함으로 인한 자신의 반응을 잘 조절하는 방법을 찾고 익혀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성격발달의 과정이다.
참고자료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일레인 아론
『기질 및 성격검사 매뉴얼』-마음사랑(민병재, 오현숙, 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