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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견하는 상담사 Feb 23. 2024

민감한 사람들을 위한 안전기지


민감한 사람들은 자신의 민감하고 예민한 특성을 잘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러 가지 방법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기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안전기지는 자극적인 외부환경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안전기지는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으며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대상을 의미한다. 부모가 이러한 안전기지 역할을 하게 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어린아이가 처음 만나는 세상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을 부모라는 안전한 보호자를 통해 안정감을 경험한다. 아이는 부모라는 안전기지 안에서 안전함과 편안함을 통해 다시 세상을 탐험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우리는 평상시에 잘 지내다가도 지치고 불안해지면 다시 안전기지를 찾게 된다. 특히나 민감한 사람들은 안전기지 역할을 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아야 한다. 안전기지가 가족이 될 수 있다면 말할 수 없이 좋겠지만, 그런 사정이 안될 때는 친구, 연인, 스승, 상담사, 의사가 될 수도 있다. 반려동물과 좋아하는 취미, 적성에 맞는 직업도 안전기지 역할이 가능하다. 


대인관계 이외의 것에서 안전기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선 파악해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체가 안전기지의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안전기지가 될 수 있는 대인관계를 만드는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다. 


민감한 사람들은 대인관계가 편안해야 자신의 민감함을 잘 조절하여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민감한 사람들은 외부 자극을 예민하게 잘 느끼고 영향을 많이 받는다. 환경적 자극도 영향도 크게 받지만, 사람에 의한 자극도 이들에게는 크게 영향을 미친다. 


민감한 사람들 중에도 사람보다 환경(냄새, 소리, 공기, 시각 등)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환경보다는 사람에 의한 자극에 더 영향을 받는 사람이 있다. 민감한 사람이라도 자신이 무엇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야 민감성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감한 사람들이 대인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신경증적 증상을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이 경험한다. 그래서일까, 상담 장면에서 대인관계 문제(가족, 친구, 연인, 직장에서의 관계 등)로 우울, 불안, 공황, 무기력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많은 수가 민감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인관계로 인한 스트레스에 자신이 많은 영향을 받고, 그로 인해 신경증적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대부분 자신의 증상이 대인관계로 인한 것임을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는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데 자신만 유별난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이 받는 스트레스를 간과하거나 무시하게 하고, 관계에서 갈등을 자신의 문제로 돌리게 된다. 결국엔 문제 있는 자신을 바꿔보려고 상담실을 방문하게 된다. 자신만 변하면 모든 게 편해진다는 이들의 믿음에 기인한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모르고 지나가는 것들을 민감한 사람들은 잘 알아차리고,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해 타격이 크다. 자극에 비해 타격이 일반적인 기준보다 과하다 해도 민감한 사람들이 경험하는 타격은 실재이다.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것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민감한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듯 타박을 주거나 신경 쓰지 말라며 도움 되지 않는 위로를 하게 된다. 그들이 민감한 사람의 경험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 이해해야 한다. 그들이 경험하지 못한 걸 이해하길 바라는 다소 무리가 있다.


민감한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의 이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앞에서 말했든 민감한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과도한 반응과 관계에서의 겪는 어려움을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 심지어 자신이 책임지어야 한다고 생각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자신을 바꾸려고 애를 쓴다. 


문제는 이것이 쉽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또다시 자신을 탓하고 이전보다 더욱 애쓰지만 다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이 민감한 특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받는 영향을 예상하고 영향으로 인해 나타나는 반응을 허용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대비하고 조절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민감한 사람들이 자신의 민감함에 대비하고 조절할 수 있게 된다면, 대인관계에서 받는 자극도 잘 대비하고 조절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긍정적인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 길이며, 민감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안전기지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되는 길이다. 


민감한 사람들이 이전에 했던 자신을 희생하고 타인에게 맞추는 관계방식과는 다른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말한다. 상호의존적인 관계란 상대와 나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를 말한다. 민감한 사람들이 안전기지의 역할을 하는 대인관계를 가지게 된다면, 자신의 민감한 특성을 훨씬 잘 조절할 수 있고,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민감한 특성의 장점을 살려 풍요로운 삶을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다. 



사진: UnsplashAbhi Ver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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