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저나 니네는 왜 헤어졌니
불현듯한 기억은 반가우니까, 나는 너의 눈을 바라보고
야 그날 기억해 바로 앞에서 버스 놓쳤던 그날 그 더운 날 그렇게 뛰었는데 기사님은 우릴 안봐주셨지 눈 앞에서 출발해버렸어 너랑 나는 정류장에 앉아서 멀거니 도로나 바라보면서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그렇게 말하고 그치 우리 너무 뛰었어 대꾸했잖아 건너편에 편의점이 떡하니 있는데도 해가 너무 쨍하니까 그냥 그늘에 있자면서 실은 그런 말은 안했지만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애 다음 버스는 언제 오려나 쳐다 본 전광판에 찍힌 숫자는 이십. 스물을 기다리며 핸드폰 액정을 바라보고 또 이번 여름은 정말 덥다 이런 몇 마디도 해가며 자연스러운 침묵과 텁텁한 공기 너 그날 무슨 옷 입고 있었는지 기억나 목 다 늘어난 네이비색 반팔에 철 지난 칠부 바지를 입고 두 발엔 너덜한 슬리퍼, 찍찍 끌고 나와 얼굴을 찡그리며 인사했었어 서운하진 않았지 날씨 때문이었으니까 돈까스 먹자고 만난 우리는 더위에 못 이겨 냉면으로 메뉴를 바꾸고 거기 그 집 진짜 맛있었는데 야 나 너무 신기해 어제처럼 생생해 벌써 몇 달이나 지난 일이잖아 근데 너도 기억은 나지 어렴풋하게라도 그치
아니ㅡ 평소에도 수식이 긴 문장들엔 영 흥미가 없던 너는 이번에도 단 한마디로,
우리가 그랬어
그게 마지막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