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해방>
삽겹살을 좋아하시나요? 기름지고 고소한 그 맛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익숙한 맛은 다양한 미각 체험을 저지한다. 습관적으로 골라버리고 마는 고기 메뉴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음식을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비건 음식점은 외식의 폭을 넓혀주고, 다양한 채소를 익혀 소박하고도 정갈하게 차린 집밥은 일상을 서서히 변화하게 만든다. 꼭 고기를 먹지 않아도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고기가 아니라 고기를 배제한 그 외 음식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채소의 식감, 버섯의 향기, 곡물에서 느낄 수 있는 고소함은 한국인에게 이미 익숙한 것들이다. 따라서 <동물 해방>에서 말하는 실천적 변화를 만들어내기에 조금 더 유리한 환경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동물들의 적나라한 현실을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억지로 식습관을 바꿀 필요도 없이 자발적으로 고기를 줄여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도입부에서는 공리주의를 적용해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 이후에는 우리와 이미 가까이 지내고 있는 개나 고양이를 제외한 동물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실험실에서 인간에 의해 고통받고 있는 쥐나 토끼를 비롯하여 가금과 가축의 현실도 폭로한다. 인간의 미각적 충족을 위해 움직이지도 못하는 우리 안에 갇혀 평생을 사는 동물들 말이다. 또한 역사적으로 인간이 얼마나 많은 변명을 늘어놓았는지, 최상위 포식자라는 위치에서 얼마나 많은 생명을 수단으로 이용해왔는지 보여준다. “문제는 그들이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 또한 그들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도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이다.” 지적 능력이 조금 더 뛰어나다고 해서 모든 생명권 위에 설 수 있다는 오만을 인간은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위와 같이 말하고는 있지만 나 역시도 종 차별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공장식 축산 과정에서 동물들이 어떤 처우를 받고 있는지가 공개됐다. 찾아만 본다면 당장 적나라한 현실을 마주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계속해서 잘 포장되어 진열된 고기를 구매하고 생소하다는 이유로 비건 음식점에 방문하지 않는다. “동물에 대한 태도에 관한 한, 모든 사람들은 나치다.” 고통받는 동물들이 딱하긴 해도 세상은 여전히 엉망진창이고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 나 하나 노력한다고 모든 동물이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려워 보인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방관할 수는 없다. 일단 동물들이 인간을 위해 희생되고 있다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그들이 느낀 고통에 공감하고 연민했던 감각을 기사 혹은 책을 넘어 우리의 일상까지 끌고 오는 것이다. 매 순간 죄책감에 시달리라는 뜻이 아니다. 먹는 빈도를 줄이고 관심을 잃지 않으면 된다. 오늘 돼지고기를 먹었다면 내일은 야채 전골을 준비하고, 다른 이들과 동물들이 받는 고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동물 해방>이 출간된 이후 많은 동물단체와 개인들이 그러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계속되는 관심이 정치와 기업을 변화시켰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최소한의 변화, 혹은 그것에도 미치지 못하는 변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더 많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지 않으면 변화의 씨앗은 싹 틀 수 없다. 우리 모두는 ‘먹기 위해 살생을 하는 문제에 대해 도덕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우리가 도덕적인 선택을 할 능력이 없는 존재들의 행동을 모방함으로써 선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 이성을 가진 주체라면 무엇이 옳은 것인지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