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 명상

온전한 불안 | 잡념이 일어난 줄만 알아두면 잡념은 스스로 없어진다.

by 김라미

저녁을 먹고 사우나를 했다. 사우나를 하면서 조용히 한주를 정리하고 주말 저녁을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내일부터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것처럼 내 기분도 새로운 마음으로 세팅하고 싶었다. 최근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 집안 이슈 등 여러 가지 걱정과 불안들을 사우나를 하며 비워내고 싶었다.


사우나는 준비할 때부터 조금씩 힐링되는 느낌이 있어서 좋다. 물 온도를 맞추고 온수를 틀어서 따뜻한 물을 받는다. 욕조 바닥에 떨어지는 물소리는 작은 폭포 소리 같다. 거세게 떨어지는 물소리는 주변의 소음도 다 흡수해 버리며 욕실 공간을 가득 채운다.


수분보충을 위해 마실물도 준비한다. 집에는 항상 차가 종류별로 있다. 얼마 전 아이가 여행 다녀오면서 사다 놓은 향기로운 꽃향과 과일향의 차는 수분보충 이상으로 좋은 느낌을 준다.


따뜻한 물에서 예쁜 향기가 녹아든 차를 마시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느껴진다. 듣고 싶은 오디오북도 골라서 미리 틀어 놓는다. 사우나를 하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면서 이미 힐링은 시작되는 것 같았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사우나를 한다고 해서 머릿속이 개운하게 정돈 되지는 않았다. 따뜻한 물속에 들어가 있으면 몸의 혈액순환이 좋아져서 노폐물이 배출되는 것처럼 생각의 찌꺼기들도 배출될 줄 알았다. 머릿속도 맑아져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거라 생각했다.


지난 한 주 동안 받았던 스트레스를 감쪽같이 없애버리고 기분도 정리하고 싶었다. 마음속 시끄러운 것들을 깨끗이 씻어내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따뜻한 물속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있을수록 여러 가지 싫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마치 내 머릿속에 오염된 부유물이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성가시게 느껴졌다.


최근 직장에서 느낀 좌절감, 피하고 싶은 사람과 같이 근무해야 하는 인간에 대한 불편함, 집 이사계획... 요즘 내가 겪고 있는 것들에 대한 생각, 마음, 감정들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혼자 목욕을 하거나 산책을 하다 보면 답답했던 마음도 정리되고 안 풀리던 일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도 떠오른다고 들었다. 나도 그러기를 바라며 사우나를 시작했는데 산뜻한 생각이나 지혜로움 같은 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내가 속 시끄럽게 생각했던 마음들은 일어났다가 없어졌다가 다시 또 떠오르기를 반복하며 내 안에 머물 만큼 머물다가 간다는 것이 알아졌다. 잡념(마음)이 일어난 줄만 알아두면 잡념(마음)은 스스로 없어지는 원리가 내 안에서 작용하고 있는 것이 그제서야 보였다.


그러한 마음들이 떠오르는 것은 요즘 내 삶에 대한 흔적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인데, 나도 모르게 거부하고 성가셔하며 없애고 싶어 했다는 것을 알았다.


따뜻한 물속에 들어가서 그 마음을 바라보고 있으면 걱정, 불안, 슬픔, 거부감 같은 부정적 마음도 일어나고 있지만, 앞으로의 기대 희망 설렘 같은 긍정적 마음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음이 보였다.


'그래도 잘 될 거야.'

'뭐 어쩌겠어? 직장인데 내가 원하는 사람만 골라서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새 집에 이사 가면 좋을 것 같아.'


그 마음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인지 모를 때에는 내 속을 시끄럽게 하는 잡념으로 여기며 성가셔했다. 그러나 그 마음들이 떠오르는 것은 최근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것들에 대한 흔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고 나니,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그대로인데,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이 달라지면서 성가심이 없어진다.

호수의 풍경을 바라보듯 내 마음도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며 관섭하거나 문제 삼지 않게 되어 그 순간 잠시, 그 마음들로부터 자유로워진 나를 보게 된다.



그래도 낼 출근하기 싫은 마음은 여전합니다...ㅎㅎ

제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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