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생은 가, 족같이 | 설 명절 후기, 산의 새소리, 시어머님과 만찬
산의 새소리에 고요함을 깨쳤다 (아이들과 등산 추억 만들기)
설 연휴 5일 동안 하루쯤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대학생이 된 두 딸들은 엄마의 일방적인 스케줄 추진을 좋아하진 않는다. 영화와 등산, 아이들이 택한 것은 등산이었다. 평소 각자의 스케줄대로 사는 우리 집 대학생들은 연휴를 맞아 자기 방에서 모처럼 침대에 늘어지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함께 시간을 보내자는 엄마의 권유에 쉽게 "NO"라고 말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왜냐면 직장생활로 지친 엄마에겐 가족과 함께 힐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이들은 알고 있다. 엄마가 그만두지 않고 일을 이어가는 것은 너희들이 사회인으로 살아가는데 안정된 기초를 다질 수 있도록 큰 기여(?)를 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아이들은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서 평소에 내가 아이들에게 '엄마라이팅'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ㅎㅎ
세 모녀가 처음으로 함께한 등산은 좋았다. 처음에는 아이 둘이서 조잘조잘하더니 점점 말이 없어졌다. 흙을 딛는 자박자박 발자국 소리와, 간혹 헉헉 내뱉는 아이들의 숨소리만이 정적속의 산길을 지나고 있었다.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렸다. 새소리는 경쾌하고 맑은 악기 소리처럼 예뻤다.
이때 '산의 새소리에 고요함을 깨쳤다.'라는 선시가 떠올랐다.
새소리를 듣는 것과 동시에 악기소리 처럼 예쁘다는 내 마음이 일어났고
새소리를 듣기 전에는 어떠한 분별도 없었다(고요함).
새를 찾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였다.
그 장소, 그 시간 속에 아이들과 함께 머물러 있다는 것이 참 행복했다.
오르막을 오르며 숨이 차올라 걷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기색을 안 보는 척하며 곁에서 다 보았다.
너무 많이 걸어온 산을 내려갈 수도 없고, 또 위로 오르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을 아이는 경험하며 한발 한발 내딛다 멈추다를 반복하며 호흡을 뱉어 냈다. '엄마가 바라던 건 바로 이런 거야..ㅎㅎ' 난 속으로 흐뭇했다.
말이 멈춘 아이들은 오롯이 몸과 마음에 집중하며 자신을 느끼고, 자신을 만나고 있는 것 같았다.
시어머님과의 관계도 "sometimes " 굳었다 풀렸다 하는 것이 정상이다. (시어머님과 함께한 삼겹살 만찬)
낮에는 엄마 일정대로 맞추어 줬으니 저녁은 아이들이 먹고 싶은 것을 먹기로 했다. 등산을 하고 나니 단백질이 당겼는지 삼겹살을 먹고 싶어 했다. 가까이 사시는 시어머님을 함께 모시고 가자고 남편에게 저녁 식사 같이 하자고 전화를 하라 했더니 자신이 엄마를 챙기는 것처럼 살갑게 통화를 한다. 항상 내가 먼저 어머님을 모시고 가자고 했지만 '며느리가 시어머님 챙긴다.'는 표현과 뉘앙스는 없어서 그동안 서운했는데,
남편!! 이번에 딱 걸렸다.
"자기는 이럴 때 어머님이랑 나랑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역할 좀 해 주면 안 돼? 그걸 내가 일일이 말로 해야 해?"
남편은 자신이 뭘 잘못 했는지 모르는 듯했고, 무방비 상태에 느닷없이 공습을 당한 표정이었다. 여하튼 아내의 심기를 또 건든 것 같아 당혹스러 하며 혼자 웃음을 터트렸다. 남편의 터진 웃음은 충격 흡수장치처럼 나의 뒤끝 공격마저도 다 흡수했다. 그리고 그 웃음은 이번 전투도 남편과 나의 시시콜콜한 티격태격 정도의 작은 이벤트로 끝나게 했다.
지금 글을 쓰면서 알게 된 건데 남편은 그저 자기 엄마께 아이들과 저녁 같이 먹자고 전화하는 것 자체가 좋았던 것 같다. 자신의 그 감정에 충실했고, 그 뿐이었으므로 그 밖의 다른 생각은 필요 없었던 것 같다.
어머님을 매 주말마다 내 차로 법회에 모셔다 드린다. 그래서 관계가 서로 편하기도 하지만, 오늘은 어머님을 대하는 내 마음이 좀 굳어 있다. 왠지 어머님도 경직되어 있으신 표정이셨다.
그 상황이 나는 좀 불편했다. 지금 글을 쓰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시어머님과 며느리의 관계가 때때로 서로 굳어 있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내 안에 항상 좋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서 굳어 있는 내 마음을 더 거부하고 있었고
그래서 내가 더 불편했던 것 같다.
시어머님과의 관계도 "sometimes " 굳었다 풀렸다 하는 것이 정상이다.
마음을 공부하면서 참 많이 했는데도 역시 삶 속에서 응용하는 것은 항상 초보이다.
식당은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하는 소문난 맛집이었지만, 이내 우리 순서가 되어 입장할 수 있었다. 식당 안에는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눅눅한 고기 기름이 섞인 뿌연 공기 속에 사람들의 얼굴빛은 취기에 발그스름하게 물들었고, 식당 안은 웅성거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5명의 좌석이 따로 있는 것은 아녔고, 4인 식탁에 의자 하나가 추가된 자리였다. 시어머님은 남편 옆에, 아이들은 편하게 앉아야 할 것 같아 추가된 자리에 내가 앉았다. 좀 불편해서 자세를 몇 번이나 바꿔 앉는 모습을 어머님이 보고 계셨는데 괜히 서로 신경이 쓰였다.
줄 서서 먹는 맛집답게 고기는 국산 생고기 한돈이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맛있는 것을 먹으니 온 식구가 만족스러워했다. 내 마음도 어느새 부들부들해진 것 같고 어머님도 자연스럽게 도란도란 대화에 참여하신다.
입안 가득 고소한 고기맛은 5 식구 모두를 완전체로 만들어줬다. 어머님은 저녁식사를 어떻게 할까 고민이셨는데 마침 아들한테 저녁 먹자는 전화가 와서 너무 좋았다고 말씀하신다.
남편은 "엄마, 며느리가 같이 모시고 저녁 먹자고 했어요. 평소에도 엄마 많이 챙겨요." 한다.
교육의 효과가 타이밍 맞춰서 output이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ㅎㅎ
밥을 다 먹고 나오면서 아이들이 엄마 좌석 불편하지 않았냐고 물었는데 그게 새삼스러웠다.
맛있는 고기를 먹기 전에는 자리가 불편해서 기분이 조금 거슬렸는데,
맛있는 고기를 먹게 되면서 내가 앉았던 자리가 원래 불편 했었는지 조차 못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그 마음작용이 지나고 나서 보였지만,
불편하고 거슬리는 마음도
맛있는 고기를 먹을 땐 나타났다 숨었다, 있다 없다 하는 변화라는 것을 알고 속으로 혼자 많이 웃었다.
명절 연휴의 처음을 아이들과 등산을 하며 보냈고, 저녁은 시어머님 모시고 만찬까지 하고 나니 오늘 하루가 참 평화롭고 행복하게 느껴졌다. 평소에 직장에서의 삶이 고된 만큼, 가족과 함께 보내는 모처럼의 연휴가 참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명절날 시댁식구들이 모여 대환장파티를 벌인 이야기도 다음 화에 이어집니다.
식사를 다 마치고 어머님 댁에 태워드리면서 차 안에서 이사준비에 대해서 얘기했다
"집이 안 팔려서 어쩌니?"
"명절 지나고 친구가 알려준 몇 가지를 해보려고요, 친구도 집이 안 팔려서 애를 많이 태웠는데 믿거나 말거나 답답해서 그 방법을 썼더니 정말 일주일 만에 집이 팔렸다고 하더라고요."
이사를 가기 위해 집을 내놨다.
부동산 분위기가 살아 나면서 곧 팔릴 것 같았는데 최근 집 보러 오는 사람들이 뜸 해졌다.
(아줌마의 재테크는 멈추지 않는다 | 연재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