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 노베이스, 직장병행, 그리고 공인중개사
들어가며.
지난 5월 19일 건축기사 필기를 응시했다. 결과 발표일은 6월 11일이다. 그러나 시험 직후 모니터에서 확인한 '합격' 두 글자(평균 74점, 건축구조 70점, 건축법 60점)와 가시지 않은 감동을 이유로 후기를 작성해 본다. 불합격을 예상했고, 시험 직전 한 주에는 '사경(死境)'을 헤맸기에 기쁨이 크다. 글쓰기는 감동이다!(웃음) 아래 순서는 응시계기, 준비과정 그리고 단상이다.
1. 응시계기
응시계기는 두 가지다. 먼저 '사랑... 그놈'이 문제였다.(웃음) 이전 포스팅에서도 밝혔지만 작년 가을 한 여성에게 까였다. 다른 남자를 좋아한다고... 필자 전체를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의 설렘에 고마웠다'며 전한 마지막 인사와 달리 속에선 열등감이 폭발했다. 그럼에도 감정평가사나 세무사는 못하겠더라.(웃음) 기사시험이 타협책이었다. 비이공계인 도시행정학과를 전공했기에 기사 응시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던 중 경영학과 졸업생이 기사자격을 취득했다는 게시물을 접했다. 필자 또한 큐넷에서 '응시자격 자가진단'을 해보니 응시가 가능하더라. 건축, 전기, 그리고 소방(했다면 전기와 기계 쌍기사)을 고려했으며 건축을 택했다.
건축기사를 선택한 배경은 중개서비스의 차별화였다. 행정사, 주택관리사, 그리고 세무사 등이 있지만, 물리적 영역을 택했다. 갈수록 중개와 관리 영역의 일원화를 예상했기 때문이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격언(?)처럼 샤워 수전, 변기 부속품, 그리고 LED전등의 교체 등 간단한 수리로 당사자의 갈등을 손쉽게 중재한 적도 있다. 중개과정에서 또한 인테리어, 도배, 설비, 그리고 전기 등 여러 종사자 분들을 만난다. 건축기사 자격증이 있다면 소통도 수월할 것 같아서.(웃음) 전기와 소방도 심각하게 고민했으나 중개업과 병행하기엔 건축이 최선의 선택으로 보이더라. 그러나 중개사와 건축기사 두 가지 모두 '몰락'할지도 모른다.(웃음)
2. 필기 준비과정
초기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인터넷 강의는 어렵기로 유명한 건축구조와 실기에서도 중요하다는 건축시공 두 과목만 수강할 생각이었다. 이후 다섯 과목의 이론을 교재로 학습하고, 기출 뺑뺑이로 넘어가려고 했다. 현실은 계획과 달랐다. 늘 그렇듯이.
사 개월 동안의 시간에 따른 모습은 다음과 같다. 시작은 1월 말이었다. 어렵기로 유명한 건축구조부터 준비했다. 15강의 기초역학과 46강의 건축구조 인강을 완강했다. 복습할 때 계산이 어렵더라. 다음은 건축시공 강의. 무작위로 세 강의를 시청했는데, 교재 내용을 단순히 읽어주시는 것으로 보였다. 건축구조로 인해 지쳤기에 효율성을 핑계로 건축시공 자습으로 직행했다.
각성의 시작은 4월 20일이었다. 계획했던 시험일은 다가오는데, 진도가 부실했다. 4월 초순과 중순엔 업무로 인해 공부도 못했다. 4월 한 달 동안 아침 수영을 두 번만 갔을 만큼. 계획, 설비, 법규는 이론학습조차 하지 못한 채 '퀀텀점프'만이 손에 남았다. 먼저 기출문제집을 주문하고, 다음으로 부경대학교 중앙도서관의 지역주민제도를 위해 십만 원을 결제했다. 얼마나 급했던지 제정신이 아니었다. 2023년 출판한 기출문제집을 주문할 만큼 말이다. 23년과 24년 기출문제를 학습하지 못한 셈이다.
5월엔 죽을 맛이었다. 1일에 한 소장님과 내기까지 했다. 세 분의 소장님과 함께한 점심식사자리였다. 시험 불합격을 확신하며 징징거리는 필자에게 한 분이 도발하셨다. '이번 시험 합격하면 점심 쏘실 거예요?'란 질문으로 말이다. 짠돌이가 '콜!'을 외칠 만큼 진실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부처님 오신 날/어린이날, 대체 휴일 등의 연휴기간이 있었다. 그럼에도 하루 대여섯 시간밖에 공부하지 못했다. 압박감에 무력했기 때문이다. 꿈속으로 도피하는 등 하루 열 시간 이상 수면으로 장애를 앓았다. 패배가 뻔한 승부에 참전하는 기분이었다. 일회독엔 어휘나 계산식도 눈에 안 들어오더라. 기출문제집에서 건축구조는 손도 대지 못했다.
시험 직전 주에 반전의 기미가 보였다. 사무실 운영 시간까지 단축하며 하루에 최소 다섯 시간 학습했다. '정리하는 뇌' 덕분이었을까. 회독수가 올라갈수록 인식범위가 넓어지고 속도가 빨라지더라. 건축구조를 제외한 네 과목 각각 한 과목 학습에 삼일에서 오일 가량 걸렸지만, 세 번째 회독엔 하루에 한 과목을 학습할 수 있었다. 두 번째 회독에서 멈출까 싶었지만, 시간이 남았기에 계속했다. 세 번째 회독에서조차 종종 초면인 듯한 문제들을 만났다. 동시에 필자의 업무 중 하나인 상가번영회 총무 역할이 말썽을 일으켰다. 정리됐길 바랐건만 청소 관련 민원이 발생했다. 청소 자체, 단 한 번, 해도 해도, 그리고 불쾌함 등 감정적인 어휘가 난무했다. 미칠 지경이었다. 몸에서도 신호를 보냈다. 뒷목이 뻐근해지고, 아침에 화장실을 다녀왔음에도 도서관에 도착하면 배가 아파왔다. 시험 전날에서야 건축구조를 시작했다. '여덟 문제만 맞히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중요한 구조역학과 철근콘크리트 구조계획은 손도 대지 못한 채 건축구조의 일반사항과 철골구조계획만 훑어봤다. 시험 당일 오전에 도서관에서 공부한 한 시간과 시험장 대기시간 삼 십분 동안 최근 3개년 기출문제만 훑어봤다.
그리고 합격했다. 제출 직후 뜬 '합격'이란 두 글자에 온갖 스트레스가 싹 날아가더라. 아울러 시험실에서 두 번째로 나왔다. 시험은 한 시 정각에 시작했으며, 한 시 반쯤 지인들에게 합격 소식을 전했다.
3. 단상
운 좋게 합격했지만, 준비과정에서의 아쉬운 점 또한 있다. 시작을 앞둔 과거의 필자에게 전하고 싶은 문장은 '이론은 가볍게, 기출은 무겁게'이다. 교재 또한 '건축기사 4주 완성'과 필기 기출 10개년을 권했을 테다. 필자는 필기, 실기 프리패스 '풀코스'(?)를 택했다. 4주 완성은 불안하더라고. 그러나 공부해 보니 선별학습이 나아 보였다. 요약하면, 건축구조 인강을 저렴하게 수강하고, 다섯 과목의 이론을 가볍게 훑어본 후에 기출 뺑뺑이로 직행했겠다. 다만, 금전적 이점은 모르겠다. 필자가 택한 프리패스 과정이 실기 또한 제공하고, 기간 또한 일 년이기 때문이다. 프리패스 대신 필기과정에서 절약한 금액으로 서면에 위치한 학원에서 실기를 수강했을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처지의 수강생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유대감을 쌓을 이점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준비기간 동안 '스펙' 혹은 '타이틀'에 휘둘리는 건 아닌지 자문했다. 응시계기에 고백 거절이라는 외재적 요소가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근본적 요소는 필자의 자격지심이겠지.(웃음) 오랜만의 '주입식 교육' 또한 힘들더라. 기회비용을 통해 업무역량 개선에 유익하거나 혹은 지적호기심을 충족하는 도서를 읽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나가며.
어찌 됐든 홀가분하다. 가시지 않은 흥분을 해소하고자 영화 <미션 임파서블-파이널 레코닝>도 관람했다. 종종 흐름의 개연성에 의문을 가졌지만, 훌륭한 오락영화였다. 미션 임파서블도 여러 시리즈가 있듯이 필자에게도 남은 숙제가 여럿이다. 우선 실기부터 준비해야지. 동차는 아니고 다음 회차로 말이다. 그럼 건축기사 필기를 고려하는 분들께 도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