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미화원이 있다(Habemus Janitor)

상가번영회 대표 후기

들어가며.


지난 수요일과 목요일은 너무 힘들었다. 실체는 심부름꾼인 상가번영회 대표로서 미화원 채용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목요일 오후부터 인후통이 있더니 자고 일어난 아침엔 목에서 피 가래가 나왔다. 금요일 밤엔 약한 몸살 기운에 해열진통제를 먹고, 팔에는 두드러기가 생길 정도였다. 그래도 한 분을 선택한 만큼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했다. 아래는 계기, 과정, 그리고 단상이다.


1. 계기_청소민원의 반복과 혼란


계기는 점유자분들의 공용부분 청소에 대한 불만이었다. 서너 분이 단톡방에 민원을 제기했다. 예를 들면 청소를 하긴 하는 것인지, 불쾌한 감정으로는 관리비를 납부할 수 없다는, 그리고 인건비에 대한 분석 등의 내용이었다. 주장의 근거를 요구하는 필자의 요청에 사진을 업로드하셨다. 다양하더라. 예를 들면 변기커버에 이삼일 동안 남은 것으로 보이는 오물, 화장실 바닥에 일주일 이상 붙어있다는 마른 휴지 조각, 그리고 복도와 계단에 방치된 오염물질과 쓰레기 등이었다. 진위 여부를 알 수 없었다. 필자의 사무실이 1층 도로에 위치한 만큼 건물 내부에 화장실을 제외하고 가지 않을뿐더러 여자 화장실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처음이 아니었기에 지쳤다. 이상하게도 첫 번째, 두 번째 미화원 분들에 대한 의견이 동별로 나뉘었다. 양당 구도의 정치 현장이 떠오를 만큼. 참고로 첫 미화원 분은 일 년가량 근무하셨고, 두 번째 분은 팔 개월 정도 근무하셨다. 이분들의 교체 배경은 유사했다. 변기커버가 안 닦여있고, 청소 상태가 불만스럽다는 내용이었다. 필자가 취한 액션 또한 비슷했다. 미화원 분께 이러저러한 민원이 발생하니 신경을 써달라는 요청으로 말이다. 한두 번은 그런대로 수긍하지만, 추가적인 민원에는 미화원분들도 불만을 토로했다. 하루 세 시간 청소에 한계가 있다. 오전에 분명히 청소했는데 오후에 진상 고객이 어지럽히고 갔다. 이어진 점유자분들의 응대도 유사했다. 하루 이틀 방치된 오염이 아니다. 청소 자체가 되지 않는다 등등. 첫 번째 미화원 분은 투표를 통해 교체를 결정했고, 두 번째 분은 투표에선 유지가 다수였으나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민원이 발생했다. 결국 미화원 분이 자발적으로 그만둔다고 하셨다. 그 사이에 소모한 시간과 감정은 말해 무엇하랴.

1.jpg 단톡방 민원 카톡...

2. 과정_열네 분의 지원과 최종 선택까지


최초의 공채는 '고난의 행군'이었다. 즉 첫 번째, 두 번째 미화원은 상가 점유자와 친분이 있었다. 편의와 신원 보장이 주된 이유였다. 두 번째 미화원 분의 업무 종료 기간을 앞두고 구인공고를 올렸다. 전반적인 업무를 상가 관리 부장님에게 위임했다. 그러나 지원자 수가 저조하다더라. 무료인 노인회를 통해서 공고를 올렸으며, 지원자가 없을 경우 유료인 벼룩시장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하셨다. 다행히 업무 종료 기간 일주일 전 세 분의 지원이 있었다. 경력, 태도, 거주지를 고려하여 고심 끝에 한 분을 선택했다. 그러나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출근일 아침, 자녀들의 반대로 근무를 못하겠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차순위 분께 연락하니 이미 다른 곳에 일자리를 구하셨다더라. 세 번째 분에겐 차마 연락을 못했다. 출퇴근 거리가 왕복 두 시간이고, 쉬는 날부터 물어보는 태도가 아쉬웠기 때문이다.


청소 공백기의 시작이었다. 급한 대로 필자가 월요일과 수요일에 화장실 쓰레기통을 비웠다. 비닐장갑만 사용했던 처음엔 후각이 마비되는 기분이었다. 안면에 온갖 오물이 가라앉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두 번째엔 마스크를 낀 채 작업했으며, 처음보단 수월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원자 수는 저조하단다. 조심스레 첫 번째 미화원의 방식에 반대하던 분에게 회유를 시도했다. 두 번째 미화원 분을 반대하던 분들이 첫 번째 미화원 분을 칭찬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엔 어쩔 수 없지만, 가급적 다른 미화원을 채용하길 바란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총대를 메야 할 순간이었다. 한 분의 조언에 따라 유료인 당근으로 구인을 시도했다. 걱정과 달리 게시 후 지원이 쇄도하더라. 마음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부동산 중개의 위축도 머지않았구나'싶은 마음에. 총 열네 명의 지원자 중 경력, 연령, 그리고 거주지 등을 위주로 네 분을 선별했다. 다만 남성은 대체로 제외했다. 체력이 좋을지 모르겠지만, 여자 화장실에서 겪을 여러 불편함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예민한 고객의 컴플레인 혹은 미화원 분의 특이 취향 같은... 반전이 일어났다. 마지막 한 남성 지원자분의 면접을 추진한 것이었다. 지원과 문의 응대에 지쳤기에 가급적 중단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원자와 전화를 한 상가 관리 부장님이 강력하게 권유하시더라. 진정성도 느껴졌고, 아내분의 보조 덕분에 여자화장실 이슈가 적을 것이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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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에 올린 구인글


네 분의 면접을 진행했고, 그중 한 분을 택했다. 아직 초기여서 결과는 모르겠다. 한 분은 청소가 깔끔해서 좋다고 한 반면, 다른 한 분은 세면대와 변기커버에 물이 흥건하다고 정정을 요구하셨다. 그리고 필자는 미화원 분께 이 주 동안 기다리겠으니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구해보라고 하셨다.


3. 단상_권한과 책임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다. 먼저 선택받던 입장에서 선택하는 입장이 되니 미묘했다. 알량한 권력 앞에서 아찔해지더라. 필자가 아닌 금전적 조건과 업무환경 때문에 지원한 것일텐데 말이다. 최종 지원자를 선정할 땐 남은 두 후보에서 고민을 거듭했다. '이 분이다!'싶은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기도하는 마음이었다. 체험형 인턴 불합격 당시의 기억도 떠올랐다. 면접관 분들도 필자의 심정과 비슷했을까. 훌륭한 지원자를 뽑고 싶은 동시에 불확실성 앞에서 간절한 심정 말이다. 합격하든, 불합격하든 이후는 운명의 영역이겠지. 번영회 대표로서 활동하는 기회에 대한 감사와 기회비용의 본전심리 사이에서도 힘들었다. 일년육개월의 경력이 의의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인후통을 앓고, 두드러기가 생길 만큼 힘들었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 사회적 인식 제고를 바라며 책임감으로 수행했다. 문제를 지적하신 분들에게도 개선사항을 알려줬다는 점에서 감사드려야지.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사랑과 전쟁>의 한 에피소드 제목도 기억나더라. '죽어야 사는 남자'...(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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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알림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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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알림 안내문과 둘 중에 한 분에게 전한 마지막 카톡

나가며.


지난 4월에 시청한 영화 <콘클라베>가 떠올랐다. 흡사 교황을 선출하는 듯한 기분이 들더라. 남성 미화원을 배제했지만, 결국 남성 미화원을 선정한 반전도 그렇고 말이다. 필자는 콘클라베를 수행한 토머스 로런스 추기경 역할이겠지.(웃음) 미화원과 교황을 비교했다는 점에서 신성모독을 언급하실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필자에겐 간절했다. 상가번영회 대표로서의 필자 스스로도 그렇지만, 힘들게 택한 미화원 분과도 웃으며 헤어지기를 바라본다. 끝.

9.jpg 영화 <콘클라베> 엔딩 크레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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