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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아리 Jan 15. 2023

감사의 말

청년의 말

  다음 글은 작년 12월 말, 성과공유회 책자에 실린 내 글이다. 팀장이 사다리 사업의 성과를 보고하는 책자가 만들어질 거라며 거기에 올라갈 청년의 말을 써달라고 했다.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졌고 나는 이틀에 걸쳐 글을 썼다.


  카페 안단테와 사다리 사업 참여는 저와 제 인생에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경계선 지능인으로서 사회의 벽은 혹독했습니다. 그 벽 앞에 수없이 좌절하며 빛도 못 보고 지낸 생활이 길었습니다. 사회의 소외 속에서 제 마음은 점점 그늘져갔고 시들어갔습니다. 그런 저에게 안단테 카페와 사다리 협동조합은 한줄기 빛이었습니다. 이곳은 제에게 단순한 일자리가 아닌, 더 나은 삶을 위한 양질의 햇빛이고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토대입니다. 여기서 저는 자립을 위한 능력을 키웠으며 마음속 그늘에서 벗어나 당당히 사회의 양지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열심히 일해 제 능력으로 떳떳하게 돈을 벌고 싶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제 이름을 내건 개인 카페를 차리고 싶습니다. 사다리 사업, 오롯 협동조합의 지원이 저를 변화시켰고 꿈꾸게 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저와 같이 희망과 기대, 꿈을 품고 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이 안단테 카페에 많이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청년들은 오롯이 제 몫을 해내고 더 나은 미래와 자립을 꿈꾸며 커피를 내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에게 커피를 내리는 일은, 열심히 삶을 살아내는 일이며 희망이고, 스스로의 자력으로 해 낼 수 있다는 성취입니다. 저희가 내리는 커피 한잔에는 청년들의 가치가 담겨있습니다. 그 가치가 곧 카페의 가치이고 커피 한 방울 한 방울은 카페의 얼굴입니다.

  앞으로 저는 다 함께 사회로 리턴이라는 사다리처럼 저 혼자만이 아니라 조합원 청년들과 함께 사회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모든 청년들은 서로서로 같이 한발 한 발 사회로 내딛고 있습니다. 느리지만 적당히. 천천하지만 꿋꿋하게. 달 탐사를 향한 위대한 한 발을 닐 암스트롱이 내디딘 것처럼 저희도 저희의 한 발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발자국이 됐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지면을 빌려 저희를 전적으로 이해해 주고, 보이는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저희를 이끌어주며 자기 시간마저 아끼지 않는 복지사분들, 사업을 넘어 청년들의 미래와 희망까지 내다보며 자기 일처럼 임하시는 그분들 한 분 한 분에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복지사분들의 뚝심과 신념이 없었다면 이 사업은 빛을 보지 못했을 거고 이 자리까지 청년들이 오지 못 했을 것입니다.


  글을 마치고 이 사업이 내게 가지는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책자에 실릴 글이라 희망적이고 긍정적 방향으로 글을 썼다. 이 사업은 분명 내게 긍정적인 방향의 영향력을 줬다. 책자에 실린 다른 청년들의 글도 자신이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얼마나 밝아졌는지,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대해 썼다.


  하지만 재작년 21년, 실제 카페에서 페이를 받고 청년들이 일했던 인턴십 때, 청년들을 고용한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던 다수의 자영업자 사장들의 글이 실린 부분을 읽으며 안단테 카페의 존재 의의와 향후 청년들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재작년 인턴십 때 완전고용은 실패로 돌아갔다. 인턴십에 참여했던 카페 업주들 중 모두는 청년들을 고용하지 않았다. 책자에도 별도로 경계선 청년 고용 지원을 받지 않는다면, 바쁘게 돌아가는 업장에 청년들을 일일이 가르칠 수 없어 손해라는 취지의 사장들의 글이 있었다.

   

  안단테 카페는 청년 느린 학습자들로만 구성된 일자리라는 점에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일반 업장이 아닌, 아예 경계선 청년들만을 위한 업장이 조성됐다는 점은 그들이 일반인 직원과 고용주들과 부딪히며 겪는 문제를 없애고 집약적으로 이해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카페 존재 의의 역시 청년들이 사회에 더 이상 소외받지 않고 제대로 된 자립 지원을 받고 일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카페 안단테가 청년들의 자립 역량을 얼마나 키워줄 수 있을지는, 그래서 청년들이 사회로 얼마나 복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카페지만 커피에 대한 기본 기술이 청년들은 부족하고,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고 한 한 청년을 제외하고는 자기 계발이나 미래 전망이 있는 청년들이 없다. 즉 이 안단테 카페가 사라진다면 사회로 복귀할 수 없는 청년들이 대다수다. 안단테 카페가 망하지 않고 천년만년 계속 이어가야 이들은 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안단테 카페 역시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관련 운영을 전부 복지사, 그중에서도 팀장 혼자가 맡고 있다. 카페에 장소 제공부터 예산까지 가장 큰 지원을 하고 있는 복지관 역시 2년 정도만 그렇게 지원한다. 팀장 한 명과 복지관이 없다면 카페를 운영시켜 나갈 능력이 청년들에게는 없다. 정말로 팀장 한 명의 뚝심이 정년까지 보장돼야 카페는 망하지 않고 운영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소수의 희생으로만 돌아가는 구조라 운영도 불안정하고 또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 기회는 부족하다. 최저 시급 이하의 적은 수익을 분배받을 수 있고 매출 증대와 수익 창출 능력이 청년들에게는 없으므로 실제로 청년들은 아무 능력 없이 카페에 다니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뭐, 나는 내 미래만 생각하면 된다. 나는 안단테 카페에 계속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2년 정도 경력 쌓는다 생각하고 일하고 안단테 카페의 직무 경험을 경력 삼아 일반 카페에 취업할 생각이다. 초기 글에서도 밝혔듯 내 목표는 경계선 지능 탈출이다.

  일반 카페에 취업해 자본을 모은 후 내 카페를 차릴 생각이다. 나 역시 경력과 연차에 따라 직급이 올라가고 책임이 발생하는 사회 조직 구조에 맞는 사람이 아니기에 혼자서, 내 개인 사업을 해 나갈 생각이다.

  아직까지는 초기 계획이긴 하지만 내 카페를 차리겠다는 꿈은 버리지 않겠다.


  청년들과 안단테 카페에 대해 걱정하기보다는 미래를 위해 현재나 잘 다져 나가자. 어찌 됐든 안단테 카페는, 내게 기회를 주고 희망을 준 것은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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