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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아리 Feb 11. 2023

외모에 대하여

외모 열등감

   나는 내 외모에 불만이 많다. 미모의 여성이었던 어머니와 달리 못생기고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못생긴 외모와 지적능력을 물려받았다. 아버지는 전형적인 가부장적이고 신경질적인 남성으로 염료 배합 능력이 출중해 해외지사 파견까지 커리어가 탄탄대로였던 어머니를 가정주부로 앉힌 것도 그의 의지였다.


  미모와 춤, 능력까지 출중했던 어머니를 전혀 빼닮지 않은 나는 작은 눈에,  낮고 작은 코, 펑퍼짐한 얼굴형. 거기다 몸치에 운동치, 예체능적 능력이라고는 한 톨도 없이 아버지를 탁하고 태어났다. 어머니는 미인에 끼가 많은 여성이었던 탓에 수많은 무용담까지 가지고 있었고 어린 시절부터 그 무용담을 듣고 자랐던 나는 아버지를, 예쁜 공주를 납치해서 성 안에 감금시킨 추하고 파렴치한 악당으로 생각하게 됐다.


  최초의 외모열등감은 초등학생 때 왕따를 당했던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들에게 이유 없는 심한 따돌림을 당한 원인을 내 못생긴 외모 탓으로 돌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린 나이에 잦은 집단 괴롭힘으로 우울증 증세까지 있는 데다 아버지를 닮아 신경증적인 성격까지 물려받은 나는 외모 열등감이 극에 달해 있었다. 내가 예뻤더라면, 아이들에게 괴롭힘과 무시를 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 외모가 아이들의 혐오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내 외모는 누구에게도 혐오를 준다. 예쁜 엄마를 성에 유폐시킨 추한 악이었던 아버지처럼 나는 악이다.라고.


  대학교에 들어가고 성형을 했다. 성형은 두 차례 이어졌다. 눈과 코. 둘 다 압구정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데서 했다. 눈의 경우는 쉬웠다. 쌍꺼풀을 만들고 가로로 짧은 내 눈의 앞을 틔웠다. 뒤로 트는 것까지는 눈의 구조 때문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내 눈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눈을 했다 하더라도 극적으로 내 외모는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짧고 뭉특하고 낮은 코와 펑퍼짐한 얼굴형이 남아있었다. 얼굴형의 경우, 얼굴뼈를 건드리는 걸 극도로 싫어했던 어머니, 아버지 때문에, 코로 합의점을 보았다. 하지만 코는 더 절망스러웠다.

  여러 성형외과를 전전했다. 의사들은 내 코의 연골이 짧고 작아 높이 올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견해를 유지했다. 한 곳은 만족스러운 성형을 위해 더 위험하고 더 부작용이 많은 수술을 권했고 한 곳에서는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나마 양심적이고 친절한 곳을 만나 지금의 코로 성형했다.


  코 성형까지 하고 나서야 얼굴이 조금 예쁘게 변했다. 게다가 내 코 자체가 수술해도 티가 많이 나지 않는 코라 아무도 코 성형을 알아보지 못했다. 심지어 가족들조차 긴가민가한 정도였다.

  내가 다니던 대학 교수는 은근히 예뻐졌다며 나를 칭찬했다. 눈을 했을 때랑은 달리 나를 예쁘게 보는 사람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나, 나는 여전히 예쁘지 않다. 눈과 코를 성형했다고는 하지만 내 뼈대 자체가 예쁘지 않았으므로, 펑퍼짐한 얼굴형, 비율이 좋지 못한 몸매, 전체적으로 미인형과는 거리가 먼 내 원판은 불변의 법칙이었다. 나는 눈과 코를 성형하고 화장을 해도 평범한 외모였다.


  화장은 점점 짙어졌고 후면 카메라로 수없이 내 외모에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보면서 어쩔 때는 만족했고 어쩔  때는 불만족했다. 불만족한 날에 내 기분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과거 내 곁은 스쳤던 예쁘고 어린 여자들이 떠올랐다. 나는 살아생전 세 명의 사기캐 여자들을 만났다. 첫째는 내가 방송 진흥원에 다닐 때 두 명, 또 하나는 내가 방송대에 편입해서 다닐 때 한 명이었다. 하나같이 미인들의 삶은, 미인이었던 어머니의 삶과 같았다. 꽃 같았고 환상적이었으며 부러웠다. 나는 그들 같은 미인이 되고 싶었고 수없이 나를 비하하며 시술이나 다이어트 업체 정보들을 서치하고 다니게 했다.

  

  경계선 지능이라고 판정받은 지금은 내 외모를 무기로 삼고 싶어졌다. 여자에게 외모는 능력만큼이나 절대적이고 확실한 무기였다. 나는 경계선 지능으로서, 다른 숨은 스펙? 들이 좋은 경지들과 달리 그것보다 더 확실하고 명확한 미모로 승부를 보고 싶었다. 다행히 내가 만난 다른 경계선 청년들은 내가 대학 시절 만났던, 미모의 사람들과는 달랐다. 숨겨진 스펙들은 있었으나 그 스펙이 무색하게 티가 많이 났고 미모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생각했다. 스펙을 쌓으려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그러나 미모는 아니다. 요즘은 시술들이 싸고 좋아져서 적은 비용, 적은 가격대로 미용시술을 얼마든지 할 수 있게 됐다. 차라리 스펙이나 능력은 키울 돈으로 미모에 투자하면 된다. 나는 경계선 지능들 중 가장 예쁜 경계선 지능이 되어있을 것이고 누구도 경계선 지능으로 나를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예쁘니까. 다른 스펙들이나 능력은 아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며, 스펙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사회적 직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내가 본 수많은 경지들은 그들의 숨겨진 스펙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직업이 전혀 없었다. 즉, 무쓸모란 얘기다. 하지만 외모, 미모는 달랐다, 미모의 가장 유리하고 가장 강력한 점은 시간과 비용, 사회적 지위를 초월한다는 점이었다. 가장 말초적이고 가장 즉각적이었다. 예쁜 외모만 들이대면, 시간, 비용, 지위 따질 것 없이 바로 사람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것이고 숨겨진 스펙이 몇백 개나 되든, 미모로 밀려난 다른 경지들보다 내가 우월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미모에 집착하면 할수록 그것은 늪처럼, 나를 깊은 수렁에 빠지게 했다. 내 열등감은 더 심해졌고 성형을 했어도 평범한 외모에 아직도 손도 못 댄 영역인 내 펑퍼짐한 얼굴형에 대한 불만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졌다. 내게는 과분할 정도의 일반인 남자친구가 생기고 그가 계속 나를 예쁘다고 해줘도, 내 안의 열등감이란 독은 충족이 안 된다. 밑에 구멍이 생긴 독처럼, 충만감이란 내용물이 채워져도 내 안의 열등감이란 구멍으로 다 빠져나간다. 나는 더 추해지고 더 나락으로 빠진다.


  나는 능력으로 승부를 보고 싶었다. 능력이 된다면, 어학이든, 학문적으로든 다 채워 넣어서 우월해지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능력들은 내 수준 밖의 문제였다. 시간과 인내를 많이, 깊이 요구했고 돈을 쏟아부어도 이룰 수 없었다. 그러나 외모는 아니었다. 당장  ○리브영, ○비톡 같은 화장품점이나 시술 사이트만 들어가도 그에 반에 반도 안 되는 비용과 즉각적인 시간으로 미모를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 나는 거기에 희망을 걸었다.


  희망. 내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희망. 경계선 지능이란 돌이킬 수 없는 주홍글씨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대접을 받으며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 가장 아름다운 경지. 가장 예쁜 경계선 지능. 그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나는 과거의 내 상처와 열등감을 극복하고 화해하고, 정복할 수 있을까. 그것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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