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할 때

맞춰가기

by 이윤슬

연애란 '다른 세상에 살던 두 사람이 같은 세상에 살게 되는 것'이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각자 살았던 시간이 긴 만큼 서로 맞춰가야 할 것도 많않습니다. ·


사소한 습관, 말하는 방식, 배려하는 방식, 우선순위, 생각, 가치관, 등.

'같은 사람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매번 들 정도로 저희는 정말 많은 것이 달랐죠.


몇 년 동안은 꽤 고생했습니다.

특히 전화와 문자, 카카오톡 같은 SNS를 통해 얘기를 나누다 보면 꽤나 애를 먹곤 했습니다.




방금 전까지 이어진 대화가 갑자기 끝난다거나

'좋은 아침'이라고 보낸 인사에 저녁까지 답이 없다가, 다시 연락을 하면 아무 일 없듯 대화가 시작된다거나

본인 이야기는 잘하지 않으면서, 전화로 재잘거리는 동안 호응도 질문도 없어 잘 듣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거나


직접 얼굴을 마주 볼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그럴 때의 당신은 꽤 무심한 사람 같아 보였습니다.


대화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아침 안부를 물은 것이라 저녁에 대답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오롯이 말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들으면서도 이해가 잘 안 가서 몇 번이고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죠.

서로 이해하고 고치려고 노력했지만 잘 안 됐었죠.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저희는 서로에게 스며든 것 같아요, 둘이 반반 섞였다고 해야 할까요.

잘 이어진 대화가 갑자기 끝나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제 할 일을 합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집니다.

좋은 아침이라고 보낸 질문에 당신은 좋은 아침이라고 보냅니다. 저녁에 봤으면 좋은 저녁이라고 해도 좋을 텐데.. 그런 고지식한 점도 귀엽다고 생각합니다.

전화로 제 일상을 조잘거리면 당신은 적지만 추임새를 넣어줍니다. 가끔 아무 말도 안 하면 저 역시 말을 멈추고 조용히 있습니다.

그럼 당신은 전화가 끊긴 줄 알고 제 이름을 몇 번이고 불러줍니다. 저는 그게 꽤 좋습니다.

함께하면서 서로 양보한 부분이 있습니다, 포기한 부분도, 타협한 부분도 많습니다.

여전히 저희는 서로의 다른 점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고 답답해하기도 합니다.

물론, (안탑깝게 도) 답답해하는 역할은 높은 확률로 저의 것입니다.




최근에도 전화로 대화하다가 제가 섭섭해한 적이 있죠.

다른 것에 적응되면 새로운 문제들이 튀어나오니 정말이지 질릴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서운한 점은 말하고, 대화하는 순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 담아두기만 하면 언젠가 갑자기 폭발할지 모르니까요.


요즘은 둘 다 바빠서 연락도 잘 못하지만 그래도 종종 듣는 목소리가 여전히 반갑습니다.

투정이 좀 느신 것 같은데 이상하게 저는 그게 좋습니다.

언제나 잘 들어줘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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