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겨울,나에 첫알.바는 목욕탕청소 였다.
인생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보다 완벽한 문장이 있을까. 오늘 유튜브를 보다 보니 다들 자기 인생 첫 아르바이트 무용담을 늘어놓느라 여념이 없더라. 그 화기애애한 대화들을 가만히 듣고 있자니, 내 머릿속엔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하나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1995년, 찬 바람 쌩쌩 불던 고등학교 2학년의 겨울방학이다.
그 시절 내 머릿속은 온통 '먹고 싶은 것'과 '사고 싶은 것'으로 가득 찬 고물상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엄마의 주머니는 늘 비어 있었고, 내 주머니 역시 그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아 가볍기 그지없었다.보충 수업 시간, 매점에서 풍겨오는 그 치명적인 컵라면 냄새... 남들 다 하는 '컵라면에 삶은 달걀 깨 넣어 호로록 먹기'가 내게는 왜 그리도 먼 나라 이야기였는지. 공부는 진작에 내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에, 방학 내내 집에서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척'하며 등짝 스매싱을 피하는 건 도저히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래, 내 힘으로 돈을 벌어보자! 그리고 먹고 싶은걸 다 사 먹어보자"
야심 차게 구인 잡지 '순천 교차로'를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고등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시골 농장에 가서 고추를 따거나 감나무에 매달리는 '농번기 체험' 수준이 전부였다. 요즘처럼 세련된 편의점 캐셔 같은 건 상상도 못 하던 시절이었으니까.
심장이 두근거렸다. 바로 전화를 걸었더니 사장님이 아주 쿨하게 한마디 던지셨다.
"학생, 인터뷰하러 와봐."
교복 대신 비장함을 입고 찾아간 그곳. 과연 17살 여고생은 그 뜨끈한 수증기 사이에서 컵라면과 계란의 꿈을 이룰 수 있었을까?
아, 근데 마침 봉순이가 — 우리 집 진돗개 — 문 앞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쉬 타임'을 재촉하고 있다. 이 친구,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힌다.
운명의 보금온천 면접기, 그리고 그 후에 펼쳐진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뒷이야기는 —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두둥!)
( 너무 웃긴 게, 구글에 아직 보금온천사진이미지가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웃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