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단하지 말자

by Nam

도서관에서 책을 고를 때 보통 제목, 목차, 저자 그리고 대략적인 내용을 살핀다.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대출한다. 망치로 호두껍찔을 두드리면 호두 열매가 나오듯이, 좋은 책이 내 머리에 자극을 주어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길 바라면서...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도서관에서는 분명 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재미도 감동도 없다. 안타깝지만 책을 잘못 본 듯하다.

실망감에 내팽겨진 책이 책상 구석 한편에서 굴러다닌다. 하루 종일 핸드폰 화면만 봤더니 눈도 아프고 머리도 아파서 잠깐 쉴 겸 그 책을 펼쳐본다. 39p까지 읽고 적잖이 실망했지만 속는 셈 치고 이어서 뒷부분을 읽어본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40p에서 시작했던 책이 어느새 100p를 넘어섰다. '아 내가 잘못 판단했구나.' 이 책은 충분히 훌륭했지만 내가 진가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이처럼 읽으면 읽을수록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좋은 책이 있는 반면에,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실망감을 주는 책도 있다. 문제는 그것을 구별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올바른 분별을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그것을 찾아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안목은 지혜에서 비롯되며, 지혜는 경험에 기반한다. 결국 많은 책을 읽어봐야만 경험과 지혜, 안목을 갖출 수 있다.

이제는 실망감을 주는 책이 있어도 아쉬워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을 의심한다. 내가 그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다. 무언가의 참 매력을 발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함부로 속단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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