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지만 낭만 있던 그때 그 시절

도로 위의 치트키

by Nam

운전석 뒤편 주머니에는 항상 지도가 꽂혀 있었다. 너무 많이 펼쳐봐서 낡고 찢어진 종이 지도였다. 그땐 그 종이가 갤럭시고 아이폰이었다.

어렸을 때 차를 타고 여행을 갈 때면 아버지는 지도를 꺼내셨다. 어떤 고속도로로 진입해서 무슨 IC에서 나오면 몇 번 국도가 나온다는 말을 하신 것 같다. 물론 혼잣말로 하셨다. 나는 지도를 볼 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도 중요한 역할이 있었다. 바로 움직이는 지도 주머니였다. 아버지가 지도를 찾을 땐 언제든 재빨리 펼쳐서 보여드리는 게 나의 일이었다. 대단히 막중한 임무였다.

출발하기 전 지도를 쓱 훑어보신 아버지는 당당했다. 한 번에 목적지에 도착할 때면 그 당당함은 더 커 보였다. 그러나 보통은 중간중간 지도를 펼쳐 보며 식은땀을 닦으셨다. 그리고 어떻게 서든 목적지를 찾아가셨다. 비록 출발 전의 당당한 모습은 사라졌지만, 잘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만족감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때 그 시절 아버지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다.

나도 운전을 한 지 10년이 넘었다. 작은 접촉사고 한 번 없었기에 제법 운전을 잘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나는 내비게이션이 가라는 대로만 간다. 수동적이고 맹목적이다. 하지만 우리 아버지들은 그렇지 않으셨다. 능동적이고 진취적이셨다. 그분들 앞에서 나는 초보운전자일 뿐이다.

그때가 그립다. 커다란 종이 지도를 훑어보며 목적지를 찾아다니던 그 시절이 그립다. 이 그리움을 훗날 나의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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