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출신 해설자들이 종종 하는 말이 있다. '패스는 서비스입니다.' 공을 패스할 때 받는 사람이 편하게 받을 수 있도록 마치 서비스를 제공하듯 잘 전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축구를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한편, 정반대의 상황도 있다. 공을 가진 선수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드리블을 하다가 상대선수에게 빼앗길 것 같은 상황이 되면 부랴부랴 패스하는 것이다. 분명 '패스'는 했지만 절대 '서비스'가 아니라는 것은 공을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안다. 이런 패스는 속된 말로 '짬처리', 즉 책임전가(責任轉嫁)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인생에서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신앙생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독단적인 판단과 지나친 욕심으로 상황을 어렵게 만들어 놓고 그 책임을 하나님에게 전가(轉嫁)하는 것이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도저히 제 힘으로는 할 수 없습니다. 당신만을 의지하겠습니다.'라는 속죄 기도로 시작하며 말이다. 물론 하나님은 자비롭고 너그러우신 분이다. 죄로 가득한 우리지만 그마저도 사랑하시기 때문에 불합리한 책임전가인 것을 알면서도 받아주신다. 신앙이 성숙하지 않은 초심자라면 그럴 수 있다. 문제는 신앙생활을 오래 한,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삶을 적지 않게 살고 있는 크리스천들이 이러한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나님께 책임전가하는 불충을 범해서는 안된다.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 다 하다가 안될 것 같을 때 마지못해 부랴부랴 주님을 찾아서는 안된다. 모든 일을 시작하기 전에 기도로 답을 구하고, 내가 잘 나갈 때 하나님을 의지해야 한다. 죄인 된 우리의 모습도 사랑하시는 하나님이시지만, 우리가 진정 하나님을 사랑한다면 그분께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지 않을까.
상대방에게 공을 뺏길 것 같은 위기의 순간이 아닌, 안정적으로 공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님께 패스하자. 다른 사람도 아닌 하나님께 킬러-패스(killerpass)할 수 있다면 이보다 큰 영광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