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을 통해 깨달은 5가지 지혜
알아두면 언젠가는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
4년 동안 거주했던 정든 원룸을 뒤로하고 새로운 전세 집을 알아보게 되었다. 4년 전에도 전세를 알아보고 계약하면서 참 많이 서툴렀던 것 같은데, 여전히 낯설고 복잡한 것 투성이었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정보 덕분에 결론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러운 곳을 계약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깨닫게 된 5가지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은 것처럼, 누군가 역시 이 글을 보고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1. 정보가 부족할 땐 한 발 물러서자
마음에 드는 전세 집을 얻기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우선, 부동산 정보 앱인 ‘다방’과 ‘네이버부동산’을 통해 마음에 드는 조건에서의 시세나 물량 등을 파악했다. 그리고 해당 지역에 있는 부동산에 직접 찾아가서 조건을 말하고 방을 보러 다녔다. 앱을 이용하는 것은 유용하지만, 앱을 너무 신뢰해서는 안된다. 대략적인 조건만 확인하고 가능하면 주변의 부동산을 찾아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이런 식으로 대략 10곳의 매물을 보며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마음에 드는 곳은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위치, 역과의 거리, 가격, 평수 등 대부분의 조건이 너무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했다. 부동산은 집을 보여주려고 현재 세입자와 건물주에게 문의했으나 일주일 뒤 특정 시간에만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집을 급하게 찾고 있는 입장인지라 오늘 당장은 힘들더라도 내일, 모레 아니면 다음 주 초라도 가능한 시간 아무 때나 방문할 수 있으니 최대한 빨리 보여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다. ‘00월 00일 00시에만 가능합니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동안 여러 집을 함께 보러 다녔던 A부동산 중개인은 이 집의 조건이 너무 좋기 때문에 일단 가계약이라도 걸어두는 게 어떨지 제안하였다. 다음 주 집을 보기로 한 그 시간에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무려 4팀이나 동시에 그 집을 볼 예정이라고 하셨다.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많은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결국 가계약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대부분의 조건이 좋다고 할지라도 가장 중요한 집 내부를 보지 못하고 가계약금을 선뜻 내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이러한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곱씹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결국 나의 선택은 옳았다. 해당 집은 현재 세입자와 집주인 간의 갈등이 깊은 곳으로, 여러 조건이 매우 좋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을 거주하기에는 상당히 불편한 집이었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집이 있더라도 정보가 부족할 땐 한 발 물러서야 한다. 핵심적인 것들을 확인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가계약을 하는 것은 엄청난 위험을 떠안는 것이다.
2. 기회가 왔을 땐 과감하게 선택하자
위에서 말했던 것과는 다소 상반된 내용일 수 있으나 엄연히 다르다. 꼭 확인해야 하는 것들을 해결했다면 때론 과감하게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 네이버부동산에서 마음에 드는 집을 확인한 후에 해당 부동산에 연락하여 바로 집을 보러 갔다. 저녁 늦은 시간에 갑작스럽게 방문한 곳이었지만 마음에 쏙 드는 곳이었다. 원하던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수억 원의 전세 집을 한 순간에 바로 선택하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웠다. 아무리 마음에 들더라도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부동산에는 이틀만 더 고민해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그 집을 놓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결국 부모님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 집을 계약하기로 결정했다. 하루 이틀 사이에 누군가 계약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 매력적인 곳이었기 때문이다. 밤늦은 시간이었지만 부동산에 다시 연락하여 양해를 구하고 내일 오후에 계약을 하겠다고 확정 의사를 밝혔다. 오전 중에 마지막으로 다른 몇 곳을 좀 더 확인해 보고 해당 집에 대해서도 고민을 할 마지막 시간을 번 셈이었다. 짧고도 긴 고민 끝에 오후에 최종 계약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찔한 상황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계약을 하는 동안에도 다른 부동산에서 해당 매물을 보고 싶다는 전화가 수 차례 이어졌고, 심지어 오늘 아침에도 집을 보러 오겠다는 손님이 두 팀이나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과감하게 결정하지 못했다면 땅을 치고 후회할 뻔했다. 신중한 것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이 왔을 때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핵심적인 것들을 충족했다면 그 기회를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3. 쓸데없는 고민은 접어두자
마음에 드는 집을 계약했지만 마음 한편이 매우 찝찝했다. 이곳저곳 매물을 보여주며 힘써준 A부동산 중개인이 아닌, 마음에 드는 매물을 운 좋게(?) 보여준 B부동산과 계약을 한다는 점이 걸렸기 때문이다. 물론 자본주의 논리에 따르면 이는 합리적이다. 수요에 맞는 공급을 제공한 곳이 대가를 받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의적으로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 역시 당연하다. 나를 위해 애써주고 시간을 투자한 사람에게 중개 수수료를 주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 심지어 A부동산 중개인은 여전히 나의 매물을 찾기 위해 애쓰며, 수시로 연락을 해오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결국 다른 부동산을 통해 계약을 하게 되었다는 말을 해야 하는데 좀처럼 이야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 미안한 마음에 잠도 설쳤으나 그래도 빨리 말씀을 드리는 게 수고를 덜어드린다고 생각하며 용기를 내었다. 고민 끝에 사실 그대로 얘기하는 것보다는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동네를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깊었던 나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그분은 좋은 집 잘 구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해주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안도를 넘어 감동을 느꼈다. 물론 내가 별일 아닌 것으로 괜히 마음을 쓴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집을 구하다 보면 이 같은 인간적인 문제와 고민을 쉽게 마주하게 된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다. 그러나 지나친 걱정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기우(杞憂)'라는 말을 곱씹어보자.
4. 모르면 찾아보고 알아보고 물어볼 것
마음에 드는 집을 얻은 것은 다행이지만 적지 않은 전세금까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열심히 돈을 모아 왔고 나이에 비해 적지 않게 저축을 한 덕분에 부담을 조금 덜 수는 있었지만, 전세금 전체를 해결하려면 은행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사회 초년생 때 조건이 되어 받았던 저금리 대출이 아닌, 고금리 시대에 대출을 받으려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최소한 적은 이율로 알아보기 위해 유튜브와 네이버로 많은 정보를 얻었다. 특히, 금융감독원에서 운영하는 '금융상품한눈에' 기능은 이자율 비교에 탁월했다. HUG, HF, SL의 주택담보대출 조건 및 혜택 역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대출만 전문으로 상담해 주는 ‘대출상담사’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어떤 것이 나에게 최선의 선택일지 여러모로 고민하며 마지막 결정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다른 일로 인해 주거래 은행에 방문했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전에 받아두었던 저금리 대출이 이사를 가더라도 '목적물 변경'이라는 이름으로 연장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과거에 비해 소득이 높아진 점도 연장에 장애물이 될 거라고 확신했는데, 이 또한 어리석은 예측에 불과했다. 이로써 전세 대출 문제는 한 번에 말끔히 해결된 셈이었다. 모르면 알아보자. 단,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알아보자. 모르는 건 잘못이 아니지만, 모르는 데 함부로 아는척하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다.
5. 모든 일의 마무리는 감사
돌아보면 모든 것이 감사의 연속이었다. 우선, 섣부른 판단을 막고 기회를 과감히 잡을 수 있는 상황과 용기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내 일처럼 발 벗고 애써주신 주변 지인들을 비롯하여 부동산 아저씨까지 고마운 마음이 한가득이다. 내가 할 일은 그분들께 구체적인 보답을 하는 것에 앞서, 그저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이다. 감사를 기억하는 것 역시 보답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내가 받은 도움을 기억하며, 나 역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고자 한다. 늘 감사하자. 감사는 자신을 찾는 자들에게만 모습을 드러낸다는 진리를 반드시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