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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 Jun 04. 2021

디지털 디바이드

기술이 아닌 인간의 문제

퇴근 후에 햄버거를 사려고 롯데리아에 갔다. 내가 방문한 롯데리아 A점은 100% 키오스크로만 주문을 받고 있었다. 비치된 키오스크는 모두 사용 중이어서 내 차례를 기다렸다. 그러던 중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5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자분이었는데,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도움이 필요하신 것 같아 도와드리려던 순간, 마침 나의 차례가 되어 어쩔 수 없이 내 햄버거를 주문했다.



주문 후에 햄버거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도 주문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아저씨를 발견했다. 다가가서 도와드려도 될지 여쭤보니 그러면 고맙겠다고 하셨다. 결국, 10초 만에 아저씨의 햄버거를 주문해드렸다. 아저씨가 10분 동안 공들여 주문하려고 했던 그 햄버거였다.



나의 10초가 아저씨의 10분과 결코 동일한 가치를 지닐 수 없다. 물론, 다른 목적에서의 시간은 상대적이기에 가치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최소한 햄버거를 구매하겠다는 동일한 목적으로 투자되는 시간의 가치는 같다. 뿌듯했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안쓰러움이었다. 어쩌면 우리 아버지도 이런 상황을 겪게 되실지 모른다. 아니 이미 겪으셨을 것이다. 젊은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어른들에게는 대단한 일처럼 느껴진다. 기계를 다루는데 조금 서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었다.



두 번째는 대단함이다. 포기할 법도 한데 아저씨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자신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기꺼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잘 안 되면 짜증과 화를 내다가 자신감을 잃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상처 입은 자존심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야겠다는 생각은 선택지에 없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저씨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존경스러웠다.



마지막 세 번째는 걱정스러움이다. 시대가 점점 기계화, 자동화되어가고 있다. 정확히 표현하면 기계화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갈수록 정교한 디지털 문명이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문제는 발전하는 기술의 속도에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적응하는 반면, 누군가는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차라리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나을지도 모른다. 기술의 속도를 사람에게 맞춰 늦추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는 더 빠르고 세련된 기술을 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발전하는 기술 속도가 숨 막힌다며 답답함을 토로한다. 누구에게 맞추어야 할 것인가. 아마도 전자일 것이다. 그들이 그 기술로 세상을 주도하고 세계를 리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걱정이 된다. 이러한 격차가 단순한 기술 습득의 속도 차이가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지는 서열의 차이 즉,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디바이드, 그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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