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통해 배운 인생
하수, 중수 그리고 고수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것이다. '아! 빨래 안 널고 나왔다...' 외출하기 직전에 세탁기에 빨래를 해두고 건조는 깜빡한 것이다.
찝찝하지만 어쩌겠는가. 계속 신경 쓰면 빨래만 다시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멘털 정리도 다시 해야 한다. 차라리 잊자. 그게 정신 건강에 좋다. 다만, 이 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하수는 '다음부턴 절대 잊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한다. 인간의 기억력은 그리 대단하지 못하다. 운 좋으면 기억하겠지만 대개는 또 까먹을 것이다.
중수는 외출하기 직전에는 아예 빨래를 하지 않는다. 또다시 실수할 바에야 차라리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딱 맞는 표현이 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
그렇다면 고수는 어떻게 할까? 아주 간단하다.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돌리자마자 건조대를 눈에 띄는 곳에 가져다 두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막연한 다짐이나 기억력의 한계를 인정하는 동시에, 실수가 무서워 도전 자체를 회피하는 것보다 수준 높은 방법이다.
고수의 방법은 심플하다. 그리고 명확하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보다 무엇을 해야 할지 궁리한다.
빨래는 잘하진 못한다. 그래도 빨래를 통해 삶의 고수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