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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 Aug 28. 2021

당신의 선택은?

못난이 복숭아

가까운 지인이 직접 농사지은 복숭아를 잔뜩 가져다주셨다. 얼마 전에도 나눠주셨는데 그때는 상태가 좋은 멀쩡한 복숭아였다.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고 말씀드렸더니 이번에도 한가득 가져다주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못난이 복숭아다.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나무에서 떨어져 찌그러지고 멍든 복숭아였다. 그래도 맛은 일품이었다.



못난이 복숭아를 주시면서 '멍이 들고 상태가 안 좋은 복숭아부터 먼저 먹는 게 좋을 거예요.'라고 말씀하셨다. 못난이 복숭아는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지다가 아예 썩어버릴지도 모르니 내 생각에도 그게 맞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상태가 안 좋은 복숭아부터 먹기 시작하면 계속 그런 복숭아만 먹는 것은 아닐까? 지금은 상태가 좋은 복숭아들도 시간이 지나면 못난이 복숭아로 변할 텐데. 그럼 나는 계속 그런 복숭아만 먹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인생도 이런 딜레마에 빠진다.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한다면 현재의 온전한 행복은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상태 좋은 복숭아는 지금 이 순간에야 온전한 것이지 시간이 지나면 못난이로 변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현재의 기쁨에만 몰두하는 것도 걱정이다. 겨울을 생각하는 부지런한 개미가 오늘만 사는 베짱이보다 낫다는 것이 동화의 교훈 아니었던가.



내일을 위해 오늘의 희생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 이 순간의 행복에 집중할 것인가. 가치의 기준이 다른 것이지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복숭아를 먹으려고 두 개를 집어 들었다. 하나는 멍든 못난이 복숭아, 또 다른 하나는 상태가 양호한 보기 좋은 복숭아다.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현재를 희생하기는 싫다. 그렇다고 미래는 생각지도 않고 오늘의 기쁨에만 젖어드는 것도 싫다. 그래서 나는 그 중간을 선택하기로 했다.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으려다 둘 다 놓친다고 할지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토끼가 아닌 복숭아를 잡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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