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00년대 발라드를 좋아한다. 노래 자체가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그 당시의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삶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조성모의 피아노를 들으면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난다. 좋아하는 여자애를 생각하며 등교 준비를 할 때 틀어놓았던 노래가 조성모의 피아노이다. 등교 시간까지 여유가 있을 때는 뮤직비디오를 몇 번이나 돌려보며 설레는 마음을 증폭시켰다.
버즈의 겁쟁이를 들으면 중학교 때가 생각난다. 노래방에서 겁쟁이를 부를 때면 마치 내가 뮤직비디오의 민경훈이 된 것 마냥 착각했다. 나만 그랬던 건 아니다. 한 반에 적어도 10명 정도는 민경훈 머리를 하고 다녔다. 어울리지도 않는 구레나룻을 길러 귀 옆에 바짝 붙이면 자연스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SG워너비 역시 대단했다. 김진호의 소몰이 창법은 대한민국 남자들의 표본이 되었다. 소는 없는데 소를 모는 사람만 넘쳐났다.
다비치의 8282는 힘들었던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도 그 노래가 좋다. 답답했던 당시의 상황보다는 그 노래를 듣고 흥얼거리며 스트레스를 풀었던 기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노래는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멜로디, 박자, 가사 등 음악적 요소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 하지만 노래를 들음으로써 당시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기능이 더 값지다고 생각한다.
노래는 귀로 이동하는 타임머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