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치기는 꼭 시험을 준비할 때만 적용할 수 있을까? 다른 것에도 적용해보자.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에 벼락치기를 한다면 어떨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3일이다.
첫째 날은 그 사람에 대해서 파악한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무슨 노래를 즐겨 들으며, 쉬는 날에는 주로 무엇을 하는지 알아낸다.
다음 날은 알아낸 정보를 가지고 그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구체적으로 행동한다. 분위기 좋고 음식도 맛있는 가게를 예약하고, 뷰 좋은 카페에서 디저트를 먹으며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선물한다.
이제 대망의 마지막 날이다. 좋아한다고, 나의 애인이 되어달라고 고백한다. 만약 내 고백을 받아준다면 벼락치기는 성공한 것이고, 거절한다면 실패한 것이다. 깔끔하다. 다소 허무하긴 해도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내 마음이야 무척 쓰리겠지만 최소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아니다. 한 번쯤은 해볼 만한 벼락치기다. 물론 ‘금사빠’에게나 가능한 이야기이겠지만.
그럼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벼락치기는 뭘까? 바로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정책은 국민의 삶과 연결된 것이며, 국가의 기반이 된다. 자칫 잘못 만들면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킨다. 차라리 만들지 않는 것이 훨씬 낫다. 설령, 운이 좋아 벼락치기 정책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할지라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것이 선례가 되면 지속해서 위험한 도박성 정책이 양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잘 만들어진 정책으로 보일지라도 충분한 숙고 없이 만들어진 정책은 위험한 변수를 가지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며, 효과는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나 알 수 있다. 하지만 되돌리기에 그때는 이미 늦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여야를 비롯한 각각의 후보자는 국민의 환심을 얻기에 급급하다. 마음을 얻기 위한 벼락치기 공약에 몰두하고 결국 위험한 정책이 난무한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혜와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 당장 눈앞의 인기를 얻기 위해 만든 벼락치기 정책에 박수가 아닌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굳이 말로 할 필요도 없다. 투표장에 서 도장으로 보여주면 된다. 이것이 우리가 나쁜 벼락치기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다.
벼락치기는 역시 시험공부에 제격이다. 가끔은 사랑에 빠질 때도 유용하다. 그러나 정책을 만드는 것에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