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서류를 떼러 주민센터에 방문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떤 할머니의 날카로운 고함소리가 들렸다. "가운데 앉은 여자가 오늘 오라고 했다고!!!" 내용은 이러했다. 지난주에 주민센터에 왔던 할머니는 필요한 서류를 미리 준비하지 못한 채 방문했다. 그래서 직원은 서류를 준비하여 다시 방문해달라고 요청한 것 같았다. '지난주에 왔었는데 서류를 챙겨 오라고 해서 오늘 다시 왔어.'라고 하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할머니는 다짜고짜 처음 보는 직원에게 가운데에 앉은 여자가 오라고 했다고 소리친 것이다. 물론 가운데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고, 가운데의 주인공은 할머니가 주민센터를 떠날 때까지 알지 못했다.
그 이후에도 주민센터에 방문한 여러 사람들을 지켜봤다. 물론 차분하고 친절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짜증으로 가득했다. 철밥통 공무원이 최고라는 말도 옛말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스트레스를 받을지는 몰랐다. 철밥통이 아닌 (강)철멘탈로 칭하는 게 적절해 보였다. 잠깐 사이에 구경꾼으로 지켜본 내가 이 정도라면, 당사자인 센터 직원들은 얼마나 힘들까.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업무를 마치고 주민센터를 나오려는데 옆에 있던 주민센터 직원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방금 왔다면 공무원의 태도를 보고 얼굴을 찌푸렸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럴 수 없었다. 30분 전부터 이곳에서 그들의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 아마도 이 문구를 보면 대개 천국의 계단에서 부메랑을 쥐고 있는 권상우가 떠오를 것이다. 나 역시 그랬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는 "가운데 앉은 여자가 오라고 했다고!" 소리 지르는 할머니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짜증 내지 말자. 짜증은 부메랑이 되어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온다. 누가 던졌는지 모르는 부메랑에 맞고 싶지도 않고, 내가 던진 부메랑에 다른 누군가가 피해 입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모두가 기억했으면 좋겠다. '짜증은 돌아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