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또 다른 가치

수영을 통해 배운 인생

by Nam

어렸을 때부터 운동신경만큼은 자신 있었다. 전문적으로 육상을 배운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달리기를 져본 적이 없다. 태권도 빨간 띠에 처음 대회에 나가 준우승을 하고, 축구선수 스카우트 제의를 여러 번 받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한 가지 예외가 있었다. 바로 수영이다.


이유는 모르지만 물을 좋아하지 않았다. 바닷가에 놀러 가는 것은 좋았지만, 물놀이 자체를 좋아했다기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떠나는 여행의 과정 자체를 즐겼던 것 같다. 그렇다고 수영을 싫어했던 것은 아니다. 기회가 되면 실내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수영은 잘 못 했다. 아마도 물을 두려워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머니와 동생은 수영을 잘했다. 6개월 정도 배운 덕분에 자유형, 배형 등 기본적인 실력은 충분했다. 나는 나의 운동신경만 믿고 '따로 배울 필요가 있나?' 하는 오만한 착각에 빠져 있었다. 어머니는 그런 나의 모습을 답답해하시며 결국은 직접 가르쳐주셨다. 문제는 배워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왜 그럴까?' '뭐가 문제일까?' 어린 마음에 자존심이 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남아도는 체력을 가지고 '안 돼도 될 때까지'라는 정신으로 죽어라 손을 뻗고 발을 굴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실력은 조금도 늘지 않았다.


그 사건 이후 수영장을 싫어했다. 운동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자신 있다고 자부하던 나에게 치욕을 안겨준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생이 내 마음대로만 흘러갈 수 있을까. 어쩔 수 없이 수영장에 가야만 하는 상황이 찾아왔다. 물에 들어가기는 싫었지만 그냥 조용히 있다가 나올 생각에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막상 친구들이 수영하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하고 싶어졌다. 어차피 아무도 관심 없었기에 물속에서 조금씩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간 예기치 못한 상황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내가 수영을 하고 있었다. 호흡도 잘 되고 손도 발도 가벼웠다. '분명 지난번에 죽어라 연습했을 땐 전혀 변화가 없었는데?'


나는 수영을 통해 인생의 큰 깨우침을 얻었다. 그것은 진정한 연습의 가치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야 만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무엇인가 잘 안될 때 그것을 해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는 것이 꼭 어리석은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매우 바람직한 모습일지 모른다. 그 노력의 대가가 그 자리에선 당장 드러나지 않아도 시간이 흐른 뒤엔 반드시 성과가 있기 때문이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 만 빛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시간이라는 쉼과 공백을 거쳐야만 성장의 빛을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수영을 통해 깨우친 시간의 마법은 노래, 공부 등 다른 영역에서도 적용됐다. 덕분에 나는 연습을 해도 잘 안될 때면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시간이 지난 뒤 얻게 될 성과를 기다리며 즐기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시간이 금이다.'라는 말은 부지런한 태도를 중시하는 말이다. 하지만 내겐 조금 다른 의미로 시간이 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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