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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비나 Sep 27. 2022

여자 혼자서도 안전하게 해외여행하는 꿀팁

해외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행동 지침

‘여자 혼자 여행하면 위험하지 않아요?’


제가 항상 듣는 말입니다. 특히 한국에서 널리 알려진 관광지에 가지 않을 때는 주변 사람들이 우려와 함께 물어 옵니다. 다 이해합니다. 직접 그곳에 가보지 않은 이상 대중매체를 통해 환경과 분위기를 짐작할 뿐이니까요. 그렇다고 자극적인 뉴스, 드라마, 영화나 사람들의 입소문에 휘둘려 여기저기를 제하고 나면 여행 다닐 나라가 지극히 한정됩니다. 사실 제아무리 유명한 관광도시에 가더라도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한밤 중에 돌아다니지 않고, 현지인 사이에도 불안한 치안으로 유명한 곳을 누비지 않는다는 기본 안전 수칙을 어긴다면요.



슬프게도 ‘홀로’ 다른 나라로 떠나는 ‘여성’에겐 좀 더 세부적인 행동지침이 필요합니다. 세상이 변했다 한들 여전히 여자 여행객이 각종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 확률이 높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언제까지 리조트나 유명 휴양지만 다닐 순 없지 않습니까. 제가 이제 설명드릴 몇 가지 원칙만 잘 지키면 여자 혼자서도 충분히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두려움을 떨치고 함께 모험을 떠날 시간입니다.






1. 길에서 누가 불러도 반응하지 않기

여성들은 길거리에서 온갖 ‘부름’에 노출됩니다. 길가는 여성만을 골라 희롱하는 단어를 내뱉거나 휘파람을 부르는 캣콜링(Catcalling)을 세계 어딜 가든 당합니다. 올바른 남녀관을 갖추고 있을 것이란 환상이 퍼진 선진국에서도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다. 한 여성이 그저 자기 갈 길을 가고 있었을 뿐인데 주변 남성들이 입으로 기분 나쁜 소리를 만들며 불러댑니다. 차 안에서 창문을 내리고 휘파람으로 주의를 끈 다음, 그들을 흘겨보거나 더러운 말을 하고 지나가는 경우도 흔합니다.



우리가 체구가 작은 아시아 여성인 탓일까요. 길에서 인종차별 놀림도 쉽게 당합니다. 남성들이 두 손으로 눈을 찢는 포즈를 취하며 괴음을 내지르거나, 조롱하듯 ‘니하오’를 연발하며 괴롭힙니다. 모두 시뻘건 대낮에, 그것도 사람이 북적거리는 흔한 길거리에서 제가 자주 겪었던 일입니다. 



아직도 구시대적 사고에 젖은 가이드북에선 여자 여행객들이 ‘옷차림’을 신경 쓰면 캣콜링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여러분이 무슨 옷을 입고 있던 상관없습니다. 애초에 그들의 잘못된 사고방식이 문제인데요. 인종차별을 당하는 이유가 ‘피해자’가 너무 유색인종처럼 보여서가 아닌 것처럼요. 그렇다고 느닷없이 당한 부름에 화가 나 소리를 내지르거나 반격을 한다면 더 큰 폭력으로 번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짜증을 내며 불쾌하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그들의 재미를 더 돋울 뿐이지요. 그렇다고 당하고 있는 여러분을 주변 사람들이 나서서 도와주지도 않습니다. 이방인에게 세상이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가장 효과적이면서 안전하게 그 더러운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무시하기’입니다. 애초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아예 괴롭힘의 싹을 잘라버리는 것이지요. 반응하지 않으면 놀리는 사람도 바로 흥미를 잃기 마련입니다. 저는 길을 걷다 누군가가 저를 부르는 것 같은 소리를 들어도 절대 쳐다보지 않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국땅에서 누가 저를 찾는 단 말입니까. 만약 진짜 제게 중요한 것을 알려주려 한다거나 순수한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들은 그런 방식으로 상대를 부르지 않습니다. 명심하세요. 기본적인 예의를 겸비한 보통의 사람들은 상대와 멀찍이 떨어져서 ‘어이!’ ‘헤이!’와 같은 추임새로 처음 보는 사람을 불러 세우지 않습니다.



앞서 말한 예시인 캣콜링과 인종차별이 아닌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행자들이 겪는 모든 사기는 ‘경청’에서 시작됩니다. 속이고자 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때 조금씩 꾐에 빠져드는 것이지요. 그 나라를 처음 방문하는 입장에서 그 말이 진짜인지 아니면 거짓인지 구분하기 힘듭니다. 진의를 구별할 능력이 없으니 이방인이 할 수 있는 건 아예 그런 상황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멀리서 어떤 소리가 들려도 못 들은 척, 못 알아들은 척 그저 무시하고 지나가세요. 듣지 않으면 속을 수가 없습니다. 한국 관광객이 많은 나라에 가면 한국말로 ‘저기요’를 외치며 한국인을 유혹하는 약삭빠른 이들도 많으니 참조하세요!




2. 조건 없는 호의는 무조건 의심부터 하라

한국인의 정을 다른 나라에서도 기대하면 안 됩니다. 길에서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다가와 친절을 베푼다고 가정해봅시다. 대부분 ‘어딜 찾느냐’, ‘도움이 필요하냐’ 등을 미소와 함께 물어옵니다. 앞서 얘기했듯 이런 부름을 경청하기 시작하면 위험에 휘말리기 십상입니다. 특히 혼자 있는 여성에게 그들이 부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본심은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성적 호기심(추파)’ 혹은 ‘돈’입니다. 이국 땅을 여행하고 있는 여성들에겐 갑작스레 찾아온 어떠한 호의도 마냥 반길 수 없는 이유입니다. 특히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부탁하지도 않은 선행을 베푼다? 일단 거절부터 하는 게 답입니다.



지극히 평범한 외모인 저도 길을 걷다 보면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는 남성을 참 많이도 만납니다. “나한테 아이스크림을 대접하겠다고? 여기 사람들은 참 따뜻하구나. 정이 넘치는 곳이야” 처음에는 이런 생각을 하며 순진하게도 그들이 단순히 외국인과 친해지고 싶은, 호기심 많은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아이스크림을 일단 입에 물린 후 여기저기를 데리고 다니며 구경을 시켜줬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저는 곧 이것이 어두워지면 다른 것을 기대하고 있는 남성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말이지요. 외국에선 특히 아무 이유 없이 선뜻 자기 지갑을 여는 남자는 의심부터 하고 봐야 합니다. 머지않아 그것이 괜히 공짜가 아니었다는 게 드러날 테니까요.



문화유산을 방문했을 때도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엔 다른 종류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접근해옵니다. 유명 유적지를 혼자 관람하고 있을 때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제가 묻지도 않았는데 옆에서 작품이나 역사적 유물에 대한 지식을 하나 둘 풀어내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돈이 아까워 가이드 없이 설명문에 의존하여 유산을 둘러보고 있던 제게는 더없이 좋은 시간이지요. 그저 역사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이겠거니 하고 눈을 반짝이며 그자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간 나중에 뒤통수를 맞을 수 있습니다. 모든 게 순수한 ‘친절’인 줄 알았는데 그자가 마지막에 대뜸 가이드 ‘비용’을 지불하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설명을 잘 들었으니 돈을 낼 시간이라는 거죠.



그렇다면 우리는 속이 시커먼 성인만 조심하면 되는 것일까요? 슬프게도 아닙니다. 때 묻지 않은 얼굴을 가지고 외국인의 돈을 뜯어내려고 수를 쓰는 어린 친구들도 있습니다. 물론 그 아이들도 처음에는 선행을 가장합니다. 제가 새로운 도시에 도착해 막 버스를 내리던 참이었습니다. 정류장 근처에 있던 한 아이가 활짝 웃는 얼굴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어딜 가냐고 묻길래 OO 숙소를 찾는다고 말했습니다. 본인이 직접 저를 그곳에 데려다주겠다고 하더군요. 어른이었으면 당연히 거절하거나 의심부터 했을 겁니다. 하지만 상대가 너무도 해맑은 얼굴의 소년이었기에 저는 바로 그를 따라나섰습니다. 가는 길 내내 우리는 제법 유쾌한 수다도 떨었습니다. 별 탈 없이 숙소에 도착한 줄 알았던 저는 진심을 가득 담아 그에게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때 그 아이가 돌변했습니다. 데려다줬으니 돈을 내라는 것입니다. 그 아이는 초중학생밖에 돼 보이지 않은 남자애였는데도 꽤나 위협적이었습니다. 그곳 통화로 택시비를 훌쩍 웃도는 돈을 요구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숙소 바로 앞이었기에 재빠르게 숙소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적절한 순간에 직원이 나타났고, 저는 돈을 뜯기지 않고 무사히 그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3. 어디서든 두리번거리지 않기

주변국을 여행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외모만으로도 외국인인 게 티가 납니다. 거기다 여기저기를 불안한 눈빛으로 휘둘러 살펴본다면 어떨까요? 생긴 것뿐 아니라 행동으로까지 본인이 이방인인 것을 알리는 셈입니다. 우리가 난관에 처한 외국인으로 보이면 현지인의 도움을 받기가 더 좋은 거 아니냐고요? 위에서도 말했지만 세상이 그렇게 ‘정’이 넘치는 곳이 아닙니다. 종종 천사 같은 이가 나타나 저희를 구원해주는 귀한 사건이 벌어지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엔 천사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외국 관광객인 게 온몸으로 티가 나게 되면 오히려 나쁜 마음을 먹은 이들의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



휴대폰 지도와 주변 거리를 비교하느라 정신없이 두리번거리고 있을 땐 어떨까요? 누가 봐도 길 잃은 사람이겠지요. 이렇게 딱 봐도 곤경에 처한 외국인들을 이용해 먹는 승냥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풀어놓는 시나리오는 대충 이러합니다. ‘너 잘못 찾아왔다. 택시를 타고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택시를 태워 거금 뜯기 혹은 ‘거길 가려면 표를 사야 한다. 내가 표 끊는 걸 도와주겠다.’며 정체모를 매표소에 데리고 가 표 강매하기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피하려면 여행 중 행동거지가 중요합니다. 설령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길을 잃어 앞길이 막막하다 하더라도 티를 내지 않고 걷는 것입니다. 마치 동네 주민이 마실 가듯이 말이지요. 저는 낯선 도시를 여행할 때 당장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하더라도 그저 앞만 보고 계속 나아갑니다. 길을 찾아보겠다고 지도를 들여다보거나 불안하게 사방을 둘러보는 것보다 차라리 발이 아픈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길가 슈퍼나 상점에 들어가 직원에게 위치를 물어봅니다. 앞서 말했듯이 제게 먼저 다가오는 사람에겐 절대 의존하지 않습니다.



언제 어디서 내려야 할지 막막한 대중교통을 탈 때는 오죽 불안하겠습니까. 하지만 이때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버스 기사나 안내원에게 목적지에 가는 방법을 물어봅니다. 그곳에 도착하면 알려달라고 부탁까지 해놓습니다. 그 이후에는 현지인처럼 가만히 침착을 유지하는 것이지요.



왜 그래야 하냐고요? 선량한 일반 승객들 사이에 악마가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갈 곳 잃은 눈과 함께 ‘외국인 여기 탔소’라고 온몸으로 광고한다고 해봅시다. 내릴 곳을 알려주려는 천사들이 있는 반면에 소지품을 노리는 악마도 있습니다. 특히 군중 속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으면 오히려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바로 이때입니다. 실제로 제가 만원 버스에 탔을 때 지갑을 도난당한 것도 동일한 상황이었습니다. 발 디딜 곳 없는 버스에서 제가, 즉 외국인이 탔다는 게 순식간에 퍼졌습니다. ‘어딜 가냐’ ‘어디에서 내려야 한다’ 등 온갖 조언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제 지갑이 털리고 말았지요. 제가 가방을 앞으로 꽉 끌어안고 있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여자 혼자 여행하는 입장에서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자 제가 항상 지키고 있는 행동 지침을 말씀드렸습니다. 두려움이 앞서 마냥 이동 반경을 제한하기에는 우리가 놓치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사실 어딜 가든 거기도 어차피 ‘사람 사는 곳’입니다. 이런 열린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야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습니다. 제가 위에서 알려드린 팁만 잘 따른다면 더더욱 안전하게, 어디든 떠돌아다닐 수 있을 겁니다. 여자 혼자서도 말입니다.



Photo by Steven Lewi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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