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시간(황지우)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을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이 시를 읽으며 기다림에 대해 생각해 봤다.
지난주, 약속이 있어 나간 자리에서 아직 오지 않은 지인을 기다렸다.
작은 인기척에도 문가를 쳐다보게 되었다.
이젠 핸드폰이 있어 언제쯤 도착할지 예상이 되어도 자꾸 기대하며 문을 돌아보게 된다.
무엇을 기다린다는 것은 나에게는 긍정적인 감정을 선사하는 행위인 것 같다.
대상에 대한 기대감, 그리움이 증폭되고 기다림이 해소되었을 때의 상황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반가운 대상을 향한 긍정적인 그리움도 있지만, 안타까운 일의 결과를 기다리며 긴장하고 초조할 때도 있다. 불안함이 나를 엄습하기도 한다.
그런 기다림의 끝은 안도일 때도 있지만 좌절과 슬픔일 때도 있다. 이런 기다림은 기다림의 행위를 하기보단 망각으로 그것을 대체하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기다림의 미학이란 말도 있다. 기다림을 통해 삶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 기다림이란 것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은 그 대상을 위해 내가 내어준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시간을 그 대상을 위해 사용한다.
기다림이라는 시간 안에는 대상을 향한 생각과 열망 그로 인해 파생되는 다양한 나의 마음과 만날 수 있다.
요즘처럼 삶 안에 여백을 두지 않고 빈틈없이 빽빽하게 살아가려 하는 때가 있나 싶다.
작은 여유라도 생겨 시간이 남으면, 어떤 즐거움이나 도파민이 터지는 것들이라도 그 여유에 밀어 넣으려 했었다.
얼떨결에 읽은 시로 기다림에 대해 생각해 보고, 기다림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보니, 내 삶에 기다림 같은 여유와 여백을 끼워 넣는 것도 나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