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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벽한오늘 Jan 08. 2024

아침밥은 아빠, 점심은 초3 아들, 저녁은 엄마가.

초 3아들의 마지막 겨울방학, 아이와 엄마의 특별한 계획

아이가 방학을 시작하고, 아이와 함께 몇가지 계획을 세웠습니다. 

학교를 가지 않는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즐겁고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첫번째는 아이에게 점심 준비를 일임하기로 했습니다. 

집에 있지만, 하루종일 집안일하고, 작업들을 하느라 매일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갑니다. 그런데 방학이라고 저 혼자 하루 세끼를 혼자 준비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방학동안 유튜브만 보고 있을 아이를 생각 해 무엇이든 하나는 집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역할을 해 나갔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아침은 아빠가 일찍 일어나 지금처럼 챙겨주기로 하고, 점심은 아이가, 저녁은 제가 챙기는 것으로 약속했습니다. 아이가 점심 준비를 위해 필요한 재료를 말하면, 구매 해 주고, 나머지 음식 준비는 아이가 스스로 하도록 했습니다. 아이 휴대폰에 오전 11시 50분으로 알람을 맞춰두고, 그 시간부터 점심을 준비하도록 했습니다. 


오늘 첫 날, 아이가 간장계란볶음밥을 했습니다. 

아이는 먹기 전부터 조금 짜지 않을까 걱정하더니, 제가 한 입을 먹기 시작하니 유심히 제 얼굴을 살폈습니다. 그리고는 "짜?"하고 조바심을 내며 묻습니다. 

아이의 독립성과 저의 시간 절약을 위해 시작한 제안이었는데, 의외로 좋은 복수의 기회가 되어주었습니다. 

제가 음식을 해 주고 느꼈던 감정을 아이가 느끼고 있다니, 참 쌤통입니다. 

저는 일부러 대답을 하지 않고, 천천히 밥을 삼켰습니다.

그리고는 씨익 웃으며, 맛있다고 해줬습니다. 

아이는 그제서야 다행이라며, 숨을 내쉬고는 자신의 밥을 다시 먹기 시작합니다. 

식사 준비로 지저분한 주방정리도 아이몫입니다. 

그리고 다 먹고 난 설겆이는 제 몫입니다. 열심히 준비 해 준 아이를 위해 이것쯤은 인심썼다하며, 설겆이를 마무리했습니다. 


매일 아침, 아니, 전날 아침부터 아이는 항상 제게 묻고는 했습니다. 

"엄마, 오늘 저녁은 뭐야?" 

"엄마, 내일 저녁은 뭐야?"

"엄마, 주말엔 뭐 먹을꺼야?"


이젠 제가 아이에게 묻습니다. 

"아인아, 내일 점심은 뭐야?"

"아인아, 모레 점심은 뭐야?"

"아인아, 또 뭐 해줄거야?"


역시, 아이에게 제대로 복수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아이는 내일 점심은 스파게티를 해 보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레는 치킨을 튀겨보겠답니다. 

저도 엄두가 나지 않는 치킨이 집에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해보겠노라하는 아이의 의욕을 꺾을 수는 없기에 쇼핑 어플로 들어가서 장바구니에 필요한 것들을 넣도록 했습니다. 

아이는 빨리 장보기를 마치고, 유튜브를 봐야겠다며, 용량도 따지지 않고, 가격 비교도 없이 필요한 상품을 마구잡이로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지금은 이것으로 만족해야겠다 생각하며, 용량과 가격을 비교해가며 상품을 다시 선택해 구매했습니다. 

나중에는 금액을 정해주고, 일주일치 식재료를 사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아이가 요리하는 것을 아주 냉정하게 평가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이렇게 빨리 복수할 기회를 갖게 되다니, 이런 생각을 한 나 자신 칭찬해~ 


두번째는 독서습관을 기르기 위해 저의 독서시간 한 시간은 함께 독서를 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주로 밤 9시부터 12시에 침대에 앉아 책을 읽습니다. 그 시간이 오롯이 집중하기 좋은 독서시간입니다. 그래서 그 시간대에 아이와 독서를 하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잠들 시간 전까지인 9시부터 10시까지.

아이는 평소에도 학습만화는 즐겨보지만, 이외의 책은 잘 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그 시간을 함께 책을 읽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대신 아이가 너무 하기 싫어했던 패드 학습은 해지하기로 했습니다. 굳이 아이가 싫다는 것을 지속할 이유가 없었기에 중도해지금을 부담하더라도 해지하겠노라 약속했습니다. 아이는 이게 왠 횡재냐며 기꺼이 책을 한 시간 읽겠노라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두 달간 꾸준히 하는 것으로 아이의 독서 습관을 기르는 것이, 오히려 아이에게 더 남는 일이 될 것이라 기대 해 봅니다. 


그리고 세번째는 아이와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책수다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수요일 저녁 8시부터 1시간동안, 아이가 선정한 책을 아이와 제가 미리 읽고, 각잡고 수다를 떨어보는 것입니다. 책을 읽는 재미도 느끼고, 대화 시간도 갖을 수 있어서 꽤 알찬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됩니다. 이 활동도 역시 아이의 휴대폰에 알람을 맞춰두고, 먼저 "엄마~ 독서모임해야지~"하고 말하면, 게임시간을 10분 더 주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좀 더 주도적으로 활동을 이끌어가지 않을까.. 생각 해 봤습니다.

 

그리고 저는 1시간동안 책의 재미를 어떻게 끌어내 볼지 고민하여, 도서관에서 아이 독서지도에 관한 책을 빌려서 읽는 중입니다. 좀 더 재미있는 활동과 대화들이 오갔으면 합니다. 

역시 책은 언제나 제게 든든한 '믿을 구석'이 되어줍니다. 아이와 책수다 시간 후기는 기록으로 남기려 합니다. 아이에게도 제게도 꽤 성장하는 프로젝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 해 봅니다.  


어느새 방학이 끝나면 아이는 고학년이 됩니다. 

저는 무엇보다 독립적인 아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점점 더 스스로 선택하고, 컨트롤 할 수 있는 그런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함께 대화하고 시간을 보내며 저와 아이 모두 조금 더 좋은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온종일 집에서 함께 하고 있을 아이와 저의 겨울방학, 

저는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한 뼘 더 성장해 나갈 우리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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