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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벽한오늘 Jan 10. 2024

잼민이와 책수다이야기

초3 겨울방학, 아이와 정기적으로 책수다시간을 갖기로 했다.


초 3 마지막 겨울방학, 저는 아이와 정기적으로 책수다시간을 갖기로 하였습니다. 


- 매주 화요일 저녁 8시. 

- 엄마와 아이와 단둘이 갖는 책수다시간

 * 엄마 <엄마 84>, 아이 <잼민 14>



저는 하루에 한 권씩 아이가 골라주는 책을 읽고, 그 중 아이가 선택한 책수다선정도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첫 날인 오늘의 선정도서는 박주혜 <출동, 고양이 요원 캣스코 2>입니다. 





아이는 학습만화에 한해서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줄글로 된 책은 읽다가 지루하다며 금방 관심이 떨어졌습니다. 짧은 시간에 화려한 영상으로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유튜브를 보다가 줄글을 보니, 책의 맛을 알기는 힘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하루 한 시간씩 함께 책을 읽기로 했습니다. 저는 그 시간동안 아이가 골라준 책 한 권과 제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아이는 도서관에서 자신이 고른 책을 중심으로 읽어나가며, 그 중 재미있는 한 권씩을 제가 읽도록 권해주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줄글 책을 고르는 것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도서관에 가면 당연한 듯 학습만화 코너로 향하는 아이의 발길을 아동 도서 코너로 돌리게 하고, 그 중 관심있는 책을 고르게 해야했습니다. 


처음에는 줄글 책은 당최 관심을 주지 않아서, 저는 아이가 좋아하는 고양이를 주제로 한 책을 골라서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고양이를 주제 중에서도, 귀여운 그림이 그려져있어야지만 호기심을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아이이기에 간혹 고양이가 아니어도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져있으면 호감을 갖는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또, 유튜브 채널에서 나온 책이면, 거부감없이 다가간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런 조건에 적합한 책들을 총 12권을 빌렸습니다. 그리고 그 중 한 권이 오늘 책수다로 선정된 도서입니다. 



잼민이와 책수다를 시작하며

- 소설 <설국> 이야기 -



잼민14 : 엄마, 내가 <냥작가의 독서록상담소>에서 봤는데, 독서감상문을 쓸 때에 이렇게 해야한다고 해. 엄마가 지금 읽고 있는 책으로 내가 질문할께. 답 해봐~


엄마84 : 그래. 엄마 지금 <설국>읽고 있으니까 이걸로 대답할께.


잼민14: 음.. 왜 그 책을 선정하셨나요?


엄마84 : 이 책의 저자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기도 하고, 잘쓰여진 소설로 꼽히고 있어서 궁금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눈의 고장의 이야기라고 해서 낭만적일 것 같아서 보고 싶었어요. 


잼민14: 음..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엄마84 : 시마무라, 고마코, 요코요. 


잼민14: 어떤 내용인가요?


엄마84: 시마무라라는 사람은 무위도식하는 여행자인데, 눈의 지방으로 여행을 가서 게이샤인 고마코를 만나요. 근데 게이샤가 뭔지 알아?


잼민14: 게이샤가 뭐야?


엄마84: 우리나라 기생같은 거? 일본에서는 게이샤라고 해. 혹시 기생은 알아?


잼민14: 응. 기생은 알아.


엄마84: 비슷한 개념인데, 조금 다른 면은 있어. 여튼, 게이샤인 고마코를 만나는데, 여행자이기도 하고, 그녀가 게이샤라서 마음을 주지 않으려고 해. 끝은 뻔하니깐. 서로 사랑하는 것 같은데, 그 마음은 그저 허무할 뿐이지. 그리고 그 남자가 또다른 여자 요코도 사랑해........(중략)


잼민14: 음... 그렇군요. 그럼 이 소설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엄마84: 순수성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그리고 여성의 성상품화는 언제부터였는지.. 당연시하게 그려지는 것 같아서 처음에는 좀 불편한 감정이 먼저 들었어요. 


잼민14 : 그렇군요.. 이렇게 하는 거야.


엄마84: 그래? 근데 너 진짜 열심히 듣는다. 질문도 그렇고 잘하는데 ㅋㅋ

(원래 어떤 질문을 할까 알아보려고 책도 빌려왔었습니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아이가 질문하며, 오히려 아이가 주도하게 되었네요 ㅋㅋ)



<출동, 고양이요원 캣스코 2. 구구든지 찾아드림> 감상평


엄마84: 이번엔 엄마가 해 볼까? 오늘 선정도서 캣스코에 대해. 등장인물이 누구인가요?


잼민14: 무엇, 이든, 잡아, 드림, 그리고 씨씨, 서준이, 율이, 동구요.


엄마84: 어떤 내용인가요?


잼민14: 무엇이든 해결해주는 고양이 요원들 무엇, 이든, 잡아, 드림이한테 어느날 서준이가 의뢰를 해요. 자신이 좋아하는 율이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알아봐달라고요. 그래서 요원들이 누구를 좋아하는지 찾아줘요. 


엄마84: 어떻게해서요?


잼민14: 여기서 씨씨라는 유령고양이가 활약을 해요. 씨씨가 율이를 찬찬히 관찰해 보니, 시선이 향하는 곳이 있어요. 그리고 율이는 모임 전에 아이스크림을 사왔었죠. 이것들이 단서가 되서 찾아내게 되었죠.


엄마84: 이 책을 읽고 무엇을 느꼈나요?


잼민14: 이든이 빼고 요원들이 참 일을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84: 이든이는 왜요?


잼민14: 이든이는 딱지, 아이스크림먹은 숟가락을 증거라고 챙기는데, 아무 쓸모도 없었어요. 괜한 곳에 힘을 뺀거죠.


엄마84: 그랬군요. 또 다른 생각이 드는 것은 없었어요?


잼민14: 음.. 별로..


엄마84: 너는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어떻게 할꺼같어?


잼민14: 나? 나야 뭐. 글쎄......모르겠는데... 그냥 몰래 잘해주겠지?


엄마84: 그래? 엄마는 아빠가 어쨌는지 알아?


잼민14: 어쨌는데?


엄마84: 엄마랑 아빠는 동호회에서 만났는데, 모여서 간식을 먹는데, 엄마가 사람들이 많아서 못 먹고 있으니깐 아빠가 슬쩍 뒤에서 앞쪽으로 밀어주는 거야.


잼민14: 으아아악~~ 그러다 뒤에서 떡볶이 국물에 얼굴 확 박는거 아냐? ㅋㅋㅋ


엄마84: 아님, 넘 세게 밀어서 넘어져서 코피나브러?ㅋㅋㅋ


잼민14: 그니깐 ㅋㅋ 그거 좀 그렇지 않아?


엄마84: 아니야, 엄마는 좋았는데 ㅋㅋ



<냥작가의 독서록 상담소> 감상평



잼민14: 엄마, 이 책도 이야기 해 볼까? 냥작가의 독서록 상담소도 재미있거든.





엄마84: 어떤 내용인데?


잼민14: 어제는 <냥작가의 일기상담소>를 읽었었는데, 이것도 재미있었어. 일기쓰는 방법이 나왔거든.

냥작가가 동화작가인 백작님이랑 길을 걷다가 벼락을 맞았어. 그래서 냥작가는 글쓰기 능력이 생겼고, 백작님은 글쓰기 능력을 잃어버린 거야. 글쓰기 능력이 생긴 냥작가가 일기상담소, 독서록 상담소에서 가르쳐주는 내용이야. 


엄마84: 그래? 재밌네. 그럼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은?


잼민14: 독서록 쓰는 방법을 일단 알았고, 그거 생각해봤어? 셰익스피어가 쓴 책을 가지고 과거에 가서 셰익스피어에게 주는 거야. 그리고 만약 셰익스피어가 그 책을 그대로 따라서 쓴다면, 그건 표절일까? 아닐까?


엄마84: 엥? 너 셰익스피어도 알아?


잼민14: 응. 책에 나오던데?


엄마84: 어떤 책 쓴지도 알아?


잼민14: 몰라. 


엄마84: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한여름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다 엄청 유명한 책들이야. 로미오와 줄리엣 알아?


잼민14: 응. 그건 알지. (갑자기 일어서서 연기한다.) 로미오~~. 줄리엣~~~. 사랑해용~~~. 


엄마84: ㅋㅋㅋ 알구나. 이전에 이거 영화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왔었는데... 그 때 진~~~짜 잘생겼었는데 ㅋㅋ 갑자기 추억돋네 ㅋㅋㅋ


잼민14: 그 사람이 누군데?


엄마84: 여기 이사람~ 잘생겼지?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도 진짜 설레였는데, 은근히 야했다너 ㅋㅋ 보고 싶지?


잼민14: 아니야~~ 뭐야~~~


엄마84: 보고 싶으면 엄마한테 말해. 같이 보게. 숨어서 보지 말고 ㅋㅋㅋ


잼민14: 아니야~~~ 야한거 안 좋아해~~~


엄마84: 암턴 셰익스피어 작품도 참 좋아.


잼민14: 엄마~ 그러니깐. 표절이냐고 아니냐고?


엄마84: 표절이지. 당연히. 미래에 자신이 썼어도 현재 자신이 뇌즙짜면서 쓴 글은 아니잖아. 엄연히 그 행위는 표절이지. 너는?


잼민14: 글쎄.. 표절이겠지?


엄마84: 뭐야~~ 



잼민이와 책수다를 마무리하며 - 뿔이 있는 말? -


잼민14: 근데 엄마, 왜 뿔이있는 말은 없을까? 턱에 엄청 큰 이빨이 있는 상어는 있데. 근데 왜 뿔이 있는 말은 없을까?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엄마84: 돌연변이 알지? 돌연변이가 생겼는데, 그게 생존에 유리하면, 그 돌연변이들이 번식을 해서 더이상 돌연변이가 아닌 하나의 개체를 이룬데. 근데 돌연변이 특성이 생존에 그렇게까지 유리하지 않으면, 그대로 도태되거나, 더이상 개체가 이어지지 않는 거지. 어쩌면 뿔이달린 말이 돌연변이로 나타났는데, 그게 생존에 유리하지 않아서 사라져버리진 않았을까?


잼민14: 그래? 있었을까? 근데 있을 법하잖아. 코뿔소도 있고. 근데 왜 말은 뿔이 없을까?


엄마84: 개도 뿔이 없잖아. 고양이도 없는데? 왜 말이 꼭 있어야 하지? ㅋㅋㅋ


잼민14: ㅋㅋㅋ 그래도 뿔이 있는 말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엄마84: 양으로는 안돼겠니? 소도 있고? 염소도 있잖아 ㅋㅋㅋㅋㅋ


잼민14: 어쩌면 어딘가에 살고 있지 않을까?


엄마84: 그럴수도 ㅋㅋㅋ


잼민14: 엄마 이렇게 하면 독서모임도 할만할 것 같은데?


엄마84: 재미있었어?


잼민14: 응. 내 책도 읽다보니깐 재밌지?


엄마84: 응~ 재밌네 ㅋㅋㅋ 읽을만하네 ㅋㅋㅋ


잼민14: 그니깐~ 재밌다니깐 ㅋㅋ 엄마 내일도 하는거야? 책수다?


엄마84: 정기적으로는 일주일에 한 번씩 ㅋㅋ 책읽으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더 많이 해도 좋고~


잼민14: 오키~ 자자 ㅋㅋㅋ




오늘 첫 책수다에서는 독서록 쓰는 방법과 셰익스피어 작품, 그리고 책, 그리고 새로운 형식의 대화의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하니, 좀 더 다채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예상보다 아이가 많은 것들을 알고있고,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도, 경청하는 것도 꽤 정성껏 해 낸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지금껏 몰랐던 아이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네요. 다음주에도 아이의 주도로 즐겁게 책수다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은근히 야한 거 좋아하는 잼민14,

그런 아이 놀려먹기 좋아하는 엄마84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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