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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ctor flotte May 14. 2023

나의 삶이 하나라면

적어도 나에게는 하나의 철학만이 있는 것이다

철학에 흠뻑 빠져있는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가 철학을 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철학이 삶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철학에도 어떤 한계가 있다는 뻔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방금 한 그 이야기를 철학적으로, 즉 처음으로 그 낯선 문장을 만나게 된 것처럼 다소 놀라움으로 마주하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철학이 삶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철학을 한다’ 이제 우리는 철학에 조금 더 가까이 가게 된다. 이 문장에는 철학이라는 단어가 두 번 등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개의 철학이 있다는 것이 아니다. 부질없이 삶을 설명하려는 철학이 있고, 마치 이런 수준 낮은 철학과는 다른 또 한 종류의 철학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의 삶이 하나라면 적어도 나에게는 하나의 철학만이 있는 것이다. 내 삶과 뒤엉킨 나의 하나의 철학이 있는 것이다. 다만 철학이 삶을 설명하려는 동기를 우리는 모르기 때문에, 철학이 삶을 제대로 설명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즉 철학이 왜 삶을 설명하려 하고, 삶은 왜 철학을 필요로 하지는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그럼에도 철학은 삶을 설명하려 하고 삶은 철학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우리는 철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철학이 삶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철학을 한다’는 말과 조금 더 친해졌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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