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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ctor flotte May 16. 2023

삶은 이미 충분히 철학적이어서

철학자로서 한 생을 살 만큼 딱 그 정도 이긴 하지만 말이다

철학자에게 수준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너는 아직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어떤 철학자가 다른 철학자에게, 한국에서는 대부분 나이가 어리다거나 철학공부를 나보다 늦게 시작했다거나 자신의 학생들에게 이렇게 근거 없는 권위로 지그시 누르면서 말하는 경향이 있다,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도대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는 것일까? 철학에 어떻게 수준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들 하는 철학사에 등장하는 위대한 인물들을 살펴보라, 인식의 수준이라거나 개념적인 층위에 대해서는 말하지만 철학자의 수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내가 다소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 같지만 정말 나는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 위대한 철학자의 말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진리를 인식하지 못했다거나 진리에 이르렀다는 식의 구분은 철학자의 수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진리를 향한 힘과 당위성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철학을 배우는 동학들이나 심지어 학회모임에서도 사람들은 은연중에 그러한 눈빛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고 만족해 한다.


물론 철학에 대한 집착과 성실함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수준의 차이는, 물론 철학을 철학적 텍스트를 다루는 고전(문헌)학과 구분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른 말을 하겠지만, 철학 내에서는 있을 수 없다. 삶은 이미 충분히 철학적이어서 내 몸 밖으로 흘러넘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은 이걸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으로부터, 다시 말해 무슨 힘으로 그리고 어떻게 무얼 향해 철학을 해야 할지 이 모든 것들이 이미 내 안에 충분히 주어져 있다. 철학자로서 한 생을 살 만큼 딱 그 정도 이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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