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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ctor flotte Jul 13. 2023

나는 세상바보가 되어

제대로 웃지도 울지도 못한다

철학자는 참 안전한 집을 짓고 사는데 거기는 책이다. 


실제로도 많은 쓸모가 있어 누구랑 심하게 싸우거나 화가 나는 일이 생기면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책을 읽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내용이 어렵고 원 책들이 그렇게 두꺼운지 책을 읽다보면 시간이 하루 이틀 쉽게 흘러간다. 읽다보면 조금 이해가 되고 재미가 붙어 친해진다. 그리고는 아주 거기에 빠져 내가 어떻게 망가져 가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게 된다.


책은 소리가 나지 않고 모든 글자는 군인처럼 똑같은 모습으로 정렬되어 있다. 책에다 욕을 하는 철학자들도 없어 무슨 모범생이 교과서를 읽듯 그렇게 읽으면 그만이다. 나는 책으로 들어가 책에 중독되어 반쯤은 책에 저려져 뼈를 잃고 물렁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논문도 쓰고 책도 쓰고 번역도 하겠지만 나는 내 손가락은 내 발은 내 폐는 내 얼굴은 철학책을 읽으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다. 살라고 만들어 진 거지. 


철학이라는 작은 집은 너무 튼튼해 나는 세상바보가 되어 제대로 웃지도 울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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